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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100년의 꿈 그리고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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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충남 천안에는 '아우내'라는 아름다운 지명이 있다. '두 개의 내(川)를 아우른다'라는 의미다. 일본의 개명 탓에 본래 지명을 잃고 '병천'으로 바뀌어 불리게 된 이곳은 평범한 이들이 먹거리와 물건을 사고파는 5일 장터였다.


1919년 4월1일 장터는 태극기를 든 장꾼들로 가득 찼다. 오후 1시, 수는 3000명. 그들은 품에 안고 있던 태극기를 꺼내 독립 만세를 외쳤다. 늦은 오후까지 이어진 만세운동으로 19명이 목숨을 잃었고, 17세의 유관순을 포함해 수많은 20대 청년은 일본 헌병에게 끌려갔다.

앞선 3월1일. 경성과 평양을 비롯해 전국 여섯 개 도시에서 동시에 독립 만세운동이 시작됐다. 학생이 중심이 됐고 그들을 좇아 누구 가릴 것 없이 거리로 뛰어나왔다. 시인 한용운이 초고를 쓰고 낭독한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서는 운동의 명분과 정당성 그리고 뿌리가 됐다. 고종의 장례식이 있었던 3일, 남대문역 광장에서 5일, 전국으로 퍼져나간 만세운동은 학생, 상인, 노동자, 농민의 참여로 이어졌다. 3월1일 이후 3개월 동안 시위자 중 사상자만 2만3000명이 넘었다. 그리고 수감자의 58%는 농민이었다.


한 달 전인 2월8일 일본 도쿄 조선기독교청년회관에서 유학생 신분의 청년들이 모여 독립 선언서와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광수가 쓰고 최팔용이 낭독한 이 선언서와 결의문으로 60여명이 체포되고 방청을 불허한 재판을 거쳐 9명이 투옥됐지만, 이 소식이 본국으로 퍼져 숨죽이고 있었던 자주 독립의 열망을 깨웠다. 누군가는 이 과정을 두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근대적 시민의 출현이라고 평했다.


내일 3월1일은 일련의 독립운동의 중심에 있는 '3ㆍ1운동' 100년째 되는 날이다. 100년 전 4월10일 임시의정원이 탄생하고 4월11일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한 임시정부가 상하이에 건설되는 데 초석이 됐다. 그 임시정부는 한반도에 뿌리를 둔 나라를 잃은 이들이 그토록 아끼던 정부였다.

그리고 100년 후인 28일 오늘은 북한과 미국의 2차 정상회담 마지막 날이다. 살얼음판 같은 국제 질서 속에 70년 동안 잃었던 평화를 복원하기 위한 큰 걸음을 또 한 번 내디디고 있다. 100년 전 그 '아우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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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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