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보너스 실종, 올해 수출 6천억 달러 밑돌 것"…성장률 2%도 어렵다
아시아경제 주최 '수출 위기 긴급 좌담회'
반도체 수출 둔화로 올해 수출액은 6000억달러 밑돌 것
1분기 경제성장률 전년 동기대비 1%대 까지 내려갈 수 있어
신승관 국제무역연구원장(왼쪽부터),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오석태 SG수석이코노미스트,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이 경제좌담회를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민영 기자] "올해 수출액이 6000억달러에 못 미칠 것으로 본다. 작년 대비 역성장 하는 해가 될 것이다" 국내 기업ㆍ금융ㆍ학계ㆍ연구분야에서 손꼽히는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수출 위기를 이렇게 정리했다. 연도별 수출 총 금액이 뒷걸음질 친 건 정부가 1956년 이후 수출 통계를 집계한 이후 총 여덟 차례 있었다. 최근엔 2015, 2016년에 두 해 연속 -8.0%, -5.9%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 부진과 일본 수출 경쟁력 상승, 저유가 탓이었다. 올해는 반도체 수출 위기가 원인이다.
30일 오후 아시아경제 본사 편집국에서 진행된 '수출 위기 긴급 좌담회'에 참석한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신승관 국제무역연구원장,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본부장,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반도체 수출 위기가 경제 성장률 전체를 갉아먹을 것으로 진단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대로 내려갈 수 있다" "'반도체 보너스'가 사라지면 성장률 2% 달성도 힘들다" "수출 마이너스 기조에 들어서면 이 현상이 오래 갈 것" "중국이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치고 올라오고 있어 국내 기술 경쟁력도 안심할 수 없다" 는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 살아날 수도 있다'는 한국은행의 예상에 대해서도 "반도체 가격은 물론 수요까지 떨어지는 추세인 데다 중국 경제마저 둔화하고 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수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키워드는 결국 '대기업'이 쥐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대기업이 고부가가치 소재 산업에서 '제2의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기업을 정치적으로 옭아매지 말고,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다음은 긴급 좌담회 주요 내용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이 둔화되면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일시적으로 보기도 한다. 현 상황을 진단해달라.
▲신세돈 교수= 2017년부터 지속돼온 비정상적인 수요가 가라앉는 과정이다. 위기라고 정의하면 곤란하다. 문제는 오히려 반도체 이외의 자동차나 굴뚝 산업 품목들이다. 너무 부실했는데 반도체에 가려져 있었다. 올해 수출액은 6000억달러가 안 될 것으로 본다.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갈 것이다. 이 기조는 오래갈 것 같다.
▲오석태 본부장= 동의한다. 반도체는 투기성 비슷하게 확 올라갔다가 수요 쪽에서 문제가 있어 조정되는 단계다. 한국 성장률이 낮다고 하는데 반도체가 지지하고 있었다. 이제 민낯이 드러나는 때다. '반도체 보너스'가 사라지면 올해 성장률 2% 달성도 힘들다. 단가는 물론 물량도 빠지고 있다. 아직은 아무도 반도체 부진을 성장률에 반영 안 했다. 데이터가 나오면 성장률도 확 꺾일 것이다.
▲신승관 원장= 1분기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반도체 가격이 더 빨리 떨어질 거라 본다. 미국 경제가 침체기로 가고 있고 반도체 경기도 따라 갈 거다. 삼성과 SK 기술은 해외보다 아직 낫지만 안심할 수 없다. 중국이 '제조 2025(첨단 제조업 굴기전략)'를 추진하며 1500억위안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치고 올라오고 있다.
▲주원 실장= 반도체마저 하향세면 올해 연간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1%까지 내려갈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선 난리가 나는 거다. 경제지표가 괜찮다는 유일한 두 축으로 성장률과 수출을 내세웠는데 그게 사라진다. 한국은행에선 반도체가 하반기에 살아날 거라 전망하는데 안 살아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국내 반도체 수출의 50%를 중국에 하는데 중국 내수시장이 매우 안 좋다.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한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계속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가.
▲신 원장=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과거 일본은 반도체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가졌다고 자만하다가 기술 개발을 안 해서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졌다. 우리 기업이 기술 개발에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삼성과 SK의 반도체 기술 개발 수치 자체는 좋다. 기술 개발 투자액 증가율 자체가 경쟁사들의 두 배 정도에 달한다.
▲신 교수= 반도체도 좋은 시절은 갔다고 본다. 소프트웨어 쪽이나 아니면 일본처럼 반도체 장비로 빨리 수출 주력 분야를 바꿔줘야 한다. 반도체 장비에 대해 우리나라의 일본 의존도가 높다. 중국이 치고 오고, 한 5년 있으면 베트남까지 반도체를 만든다고 할 거다. 우리 기업이 쭉쭉 뻗어 나가야 하는데 여건이 안 된다. 기업 총수들을 검찰 수사에 대응하느라 급급하다. 정치적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게 한국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오 본부장=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중국 경제의 바로미터다. 미국의 주요 IT 회사 투자의 바로미터도 된다. 사실 작년 12월에 정부는 우리나라 수출이 작년에 6000억달러 넘었다고 좋아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월별 수출이 마이너스인 것을 보도했다. 마이너스 난 이유가 반도체다. 앞으론 소위 '알파벳 논쟁'이다. 내려가는 건 확실한데 이게 V냐, U냐, L이냐. 세계 경기가 안 좋아서 수요 문제가 얽혀 앞으로 L자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저유가로 인해 일부 국내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는다는 분석도 있다. 저유가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신 원장= 7~8년 자료를 뒤져보니 당시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는 저유가는 세계경제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2014~2015년에 오면서 국제 기구들의 전망을 보면 오히려 저유가일수록 성장률을 낮췄다. 그때 나온 이야기가 '저유가의 역습'이다. 경기가 안 좋을 때 저유가는 디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소비와 투자를 지연시킨다. 배럴당 50~70달러 사이를 유지하며 변동성도 적으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주 실장= 큰 범위에서 보면 저유가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원유 의존도가 높다. 국내총생산(GDP)을 계산할 때 유가가 싸지면 그만큼 비용이 줄어든다. 다만 수출만 놓고 보면 마이너스다. 석유화학과 조선업은 뚜렷하게 안 좋아진다. 특히 조선업은 유가가 떨어지면 최악이다.
▲오 본부장= 정유사나 석유화학 업종들이 유가에 따라 마진이 늘고 준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면 고부가가치 산업 쪽으로 가야 한다. 저유가 문제 자체가 우리나라가 고부가가치로 가야 한다는 숙제를 던지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으로 국산화를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대중 수출전략은.
▲신 교수= 중국 성장률은 미ㆍ중 무역분쟁 이전부터 하락하는 추세였다. 중국이 부품소재 국산화에 재빨리 착수한 이유도 이런 방식의 성장 모델을 지속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였다. 그런데 부품소재 국산화를 추진한다고 하니 타격 입는 국가는 한국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구책 차원에서 한국에 대한 견제, 한국 상품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이다.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일례로 전기차 같은 제품으로 품목 다변화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내 수요에 대한 뒷받침도 못 하는 실정이다.
▲오 본부장= 한국이 10년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다양한 제품을 수출했다. 지금은 대중 수출 중에서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50% 정도가 된다. 반도체를 싹 빼고 나면 나머지 품목들은 마이너스가 된다. 자동차 점유율은 떨어졌고 휴대폰 점유율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그래서 하이엔드 제품을 수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중국은 국민소득 1만달러가 되며 부자나라가 됐다. 중국에 무엇을 팔 것인가를 다시 연구해야 한다.
-'제2의 반도체'로 키울 수 있는 품목은 무엇인가.
▲신 교수= 자동차 문 개폐 리모컨은 100% 일본산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 엔진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블레이드도 일본이 점령하고 있다. 이런 것처럼 몇 개만이라도 우리가 확실한 기술력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부가 차출해서 육성해야 한다. 아날로그 TV 시대엔 삼성도 소니를 못 이겼지만 디지털 고화질(HD) 시대가 열리면서 다 따라갔다. 네덜란드나 스위스의 경우 몇 개 품목이 나라를 먹여살리고 있다. 그런 걸 찾아야 한다.
▲신 원장= 전혀 경쟁력 없는 산업에서 뭘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기존에 국내 기술력이 좋은 부분을 융ㆍ복합하는 게 방법이다.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분은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다. 전기전자에 화학을 더한 분야다. 삼성도 비메모리 반도체와 자동차 전장사업을 키워보겠다고 했다. 자동차는 앞으로 '굴러가는 IT 기기'다. 계속 투자하며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수출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며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존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주 실장= 수출을 끌고가는 건 결국 대기업이다 멀리 보면 좋은 제품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기존 주력산업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업의 기를 살리거나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대립구도를 해소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오 본부장= 아베노믹스는 엔화 약세 효과를 낳아 일본 경제 숨통을 터줬다. 수출이 어렵다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올라가줘야 한다. 올해 하반기에 수출이 잘 되지도 않는데 환율까지 내리면 또 하나의 위기가 될 수 있다. 만약 수출 위기 상황이 온다면 한국은행이 통화 정책을 활용해 원화 약세 효과를 가져오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신 교수= 경쟁력에서 가장 유리한 요건을 가지고 있는 게 대기업이다. 대기업의 경쟁력을 미래지향적으로 개발할 장을 열어줘라. 거기에 중소기업이 달려있고 일자리가 달려있고 수출이 달려있고 거기에 한국 미래가 달려있다. 긴 안목으로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대책들을 민간부문과 머리를 맞대고, 비판적인 목소리도 수용하면서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기업 경쟁력이 한국의 키워드다.
▲신 원장= 정부가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게 인프라 구축이다. 통상정책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같은 경우 정부 입장이 애매하다. 그건 이해가 간다. 구성원 11개 국가가 새로운 가입국 가이드라인도 제시 안 해주고 있다. 선뜻 가입하겠다 하는 게 이상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영토 확장으로 세계시장 접근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통상정책이 기업에 도움이 될 거다. 규제 완화는 사실 기존 전통산업 안에서 이익 집단들 간 충돌 때문에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자동차 공유서비스나 원격진료가 대표적인 예다.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해 갈등 조정을 하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산업도 나타나고 수출 동력도 찾을 수 있다. 규제완화를 통해 스타트업들이 뛰어놀 자리도 만들어줘야 한다. 제품에 대한 기술 현주소를 정확히 알려주고 해외판로 개척, 금융지원, 마케팅 지원을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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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강희종 경제부장
정리=심나영ㆍ김민영 기자 sny@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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