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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통법 10년]성장판 닫혀가는 초대형IB…수천개 규제장벽 허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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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규제 1005개…하위규정도 많아
자기자본 늘렸지만 축적한 자금 활용 못해…단기금융업 인가 지연돼 공격투자 어려워

[자통법 10년]성장판 닫혀가는 초대형IB…수천개 규제장벽 허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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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증권업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기존 열거주의 규율체제로는 변화에 대응을 하지 못한다. 영업행위와 기업 자산 유동화 등의 부문에서 일일이 열거돼 있는 규제를 바탕으로 되는 것을 찾아야하니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A증권사 관계자)
"증권사들이 부동산투자를 통해 수익을 많이 냈었는데,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워졌다. 부동산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엄청 높게 잡아놓는 바람에 딜을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B증권사 관계자)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만들기 위해 2009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각종 금융규제로 사업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규제완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10년이 흘렀음에도 당초 기대했던 초대형IB의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결국엔 규제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당정협의를 거쳐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발표했지만 효과를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지적이다.

자본시장법 관련규제만 1005개…하위규정 포함시 수천개=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에게 적용되는 전체 규제 건수는 총 1407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자본시장법 관련한 규제가 1005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외국환거래법(155개), 전자금융거래법(94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73개), 전자단기사채법(25개), 자산유동화법(25개) 등의 순으로 규제가 많았다.
금투협 관계자는 "금융투자업자에게 적용되는 규제는 지속적인 제ㆍ개정 등으로 수치적으로 파악이 어렵지만, 규제의 유형별 문제와 해결방안 마련을 위해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정보포털 조문 정보와 자본시장통합법에 한정해 조사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금융투자업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법규만 파악한 것이다. 다른 금융관련 법률에 산재해 있는 규제를 비롯해 자율규제규정, 모범규준, 행정지도 등의 그림자 규제까지 포함하면 약 300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용원 금투협회장이 지난 1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15개 증권사 대표, 10개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자본시장 관련 규제 조문수가 하위 조항까지 합치면 수천개에 이를 것"이라며 "규제 간 충돌 문제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중에서도 과도한 차이니즈월과 증권거래세의 개선 및 개편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차이니즈월은 자본시장법상 정보교류차단장치 규제로, 한 투자사 안에서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정보교류를 차단하는 제도다. 업계 관계자들은 2009년 도입된 차이니즈월로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신기술투자조합, 발행어음 등 신규업무 추진 시 기업금융업, 투자매매ㆍ투자중개업 등의 다양한 업무가 혼재돼 있지만 해당 규제 때문에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때 여러 금융투자업무를 분산 수행해야해 불필요한 월 크로스(Wall Cross) 승인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규제 지뢰밭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초대형IB로 성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장의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업은 '규모의 경제'이기 때문에 자본확대가 중요하긴 하지만, 자기자본을 4조원까지 늘려 초대형IB 조건에 맞춘다고 해도 지금의 금융규제에서는 심사가 굉장히 까다로워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하고들 있다"면서 "이로 인해 늘린 자기자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굳이 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려야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초대형IB 기준 맞추면 뭐하나"…제대로 활용 못해= 2016년 금융위원회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를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하면서 5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ㆍ한국투자증권ㆍNH투자증권ㆍ삼성증권ㆍKB증권)가 자기자본을 확충하며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맞췄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7년에서야 초대형IB로 지정됐다. 그러나 핵심사업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ㆍNH투자증권 등 단 두 곳 뿐이다. 나머지는 결격사유로 심사가 미뤄진 상태다.

단기금융업은 만기 1년 이내인 어음의 발행, 할인, 매매, 중개, 인수, 보증 등 업무를 말한다. 이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다. 기존 증권사들의 주요 자금 조달 방식에 비해 쉽게 자본을 끌어올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초대형IB로 성장하기 위한 전제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검사가 진행되면서 심사가 보류됐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주식 배당 오류 사고로 6개월 영업정지 징계받으며 향후 2년간 신사업을 하지 못해 발행어음 사업 진출은 요원하다. '사업성 재검토'를 이유로 발행어음 인가신청을 철회했던 KB증권은 지난해 말 재신청한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초대형IB로서의 자격요건을 맞추기 위해 자기자본은 늘렸지만, 늘린 자본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있는 게 영업용순자본비율(NCRㆍNet Capital Ratio)이다. NCR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지표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자본 여력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영업용순자본에서 위험액을 뺀 뒤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된다. 금융감독원은 NCR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증권사는 NCR이 150% 아래로 떨어지면 장외파생상품 매매가 제한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5개 초대형IB들의 지난해 말 평균 NCR은 1687.4%다. 재무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NCR이 높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축적한 자금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금융업 인가가 지연되면서 초대형IB로서의 강점인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NCR과 관련해 "지난 한 해 각 증권사들이 부동산 투자를 통한 IB부문에서 두각을 보였는데, 최근 부동산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높게 잡아놓아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를 통한 수익창출에 어려움이 생겼다"면서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 NCR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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