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6시께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택시기사 임모씨가 자신이 몰던 택시에서 분신했다. 임씨는 '카풀 반대'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지며, 치료중 10일 오전 끝내 사망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이춘희 수습기자]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변에서 분신한 택시기사 임 모(64) 씨는 '불법 카풀'을 근절해야 한다는 취지의 A4용지 기준 4장분량의 녹음 형태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택시업계는 임씨의 사망을 계기로 당초 계획했던 4차 '카풀 반대' 집회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10일 택시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임씨는 분신 전 직접 유서를 녹음해 녹음기를 동료에게 전달했다. 해당 유서엔 '택시기사가 너무 힘들다', '불법 카카오 카풀 도입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또 먼저 떠나 미안하다며 아내에게 보내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 안에서 불에 그을린 다이어리가 한 권 나왔다. 유서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족에게 남긴 짧은 글이 다이어리 안에서 일부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어 "내용을 확인해주기는 어렵다"며 "다이어리와 안경 등 유품은 유족들에게 교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택시업계는 임씨의 사망을 계기로 당초 계획 중이던 4차 '카풀 반대' 집회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4차 투쟁은 임씨의 분신 이전부터 결의되었던 내용이었다"며 "다만, 분신을 계기로 당초 예상 시기보다 조금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평소 카풀 반대에 앞장 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택시업계 관계자는 고인이 지난달 20일 여의도에서 열린 카풀 반대 집회 때부터 죽음을 각오했던 것 같다"며 "수차례 여의도 농성장에 다녀간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씨는 9일 오후 6시 3분께 서울 광화문역 2번 출구 앞에 자신의 택시를 세워놓고 내부에서 불을 질러 분신을 시도했다. 즉각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불은 약 6분 만에 꺼졌다. 임씨는 곧바로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10일 오전 5시 49분 결국 숨을 거뒀다.
카풀을 둘러싼 갈등은 2017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타트업 '풀러스'가 하루 중 일부 시간을 정해 카풀을 서비스하는 사업에 착수해 갈등이 촉발됐다. 이어 지난해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도입에 본격 나서면서 논란이 커졌다. 첫 분신자살 사건도 이 때 발생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나서 중재에 나섰지만 1년이 넘도록 논의는 공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이춘희 수습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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