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누카와 크리스마스]②트럼프는 왜 '하누카 파티'를 당일보다 빨리 열렸을까?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흔히 '이스라엘의 크리스마스'라 불리는 하누카(Hanukkah) 축제가 지난 12일부터 8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0일(현지시간) 종료됐다. 올해 하누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인정 선언과 미국 대사관 이전 승인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사관 이전을 승인한 직후인 7일(현지시간), 하누카 축제가 열리는 12일보다 앞서 하누카 파티를 개최하면서 이번 결정을 자화자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누카는 본래 유태교의 축일 중 하나로, 유태 달력의 키슬레브 달 25번째 날부터 8일간 치르는 이스라엘의 명절이다. 보통 11월 말이나 12월에 열리며, 가끔 크리스마스 주간과 겹치기도 한다. 올해는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가 하누카 기간이었다. 이날은 기원전 164년, 이스라엘의 독립투사인 마카비(Maccabi)가 그리스계인 셀레우코스 왕조군을 격파하고 성지 예루살렘을 회복, 성전을 재건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사실상 철저히 유태인들만의 명절이지만, 미국 정·재계에 유태계 인사들이 많이 포진돼있고 그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미국에서도 크리스마스와 별도로 기념하는 행사가 됐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 시절은 물론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도 백악관에서 하누카 파티가 열렸으며 미국 내 유태교 주요 지도자들이 백악관에 초청되곤 했다.
올해는 아예 하누카가 시작되기도 전에 파티가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승인한 직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하누카 파티를 연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유태계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자신의 결정을 자화자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태계 친 트럼프 인사들 역시 일제히 이 결정을 '역사적 결정'으로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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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동 전역은 분노로 들끓었다. 팔레스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6일부터 사흘간을 '분노의 날'로 선포했으며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현지에서는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요르단강 서안지구 등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 군이 충돌해 수백명의 사상자를 낳기도 했다. 중동 뿐만 아니라 미국을 제외한 유엔(UN) 상임이사국들이 일제히 이번 결정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것이 중동 평화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화약고에 불을 붙이는 격이 될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한 결정을 한 것에는 그를 지지하는 유태계 인맥의 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친 이스라엘 성향을 그대로 드러냈고, 그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가 유대인 출신임을 강조해 유대계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인 바 있다. 대선 과정에서 유대계 모임을 찾은 트럼프는 "내 딸 이방카가 곧 유대인 아이를 낳을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해 성탄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명절인 하누카를 먼저 축하하면서 유태계의 지지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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