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고용보험 가입을 전제로 월 13만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이 고용한 직원 대부분이 단기근로자라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이 적지 않다. 무인화 움직임에도 박차가 가해지면서 내년 고용위축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1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해 셀프 주유소로 전환하려는 문의가 늘고 있다"며 "전국 1만여개 주유소 중 셀프 주유소는 2200개에 달하는데, 내년 중에는 30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가격경쟁 심화로 인해 셀프 주유소가 늘어나는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 인상이 셀프 주유소로의 전환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자동화에 드는 비용이 최소 1억원에 달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더 크다"며 "비용이 부담되는 점주는 가족 중심 경영이나 영업시간 단축 등으로 대응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기 위해선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김 회장은 "신용불량자, 취업 전 임시직으로 일하는 등 단기근로자가 대부분이라 고용보험에 가입하기 어렵다"며 "주유소는 현재도 4대보험 신고율이 40%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퍼마켓 업계도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강갑봉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중형규모의 슈퍼는 4∼5명을 고용하며 4대보험도 가입돼 있지만, 대부분의 슈퍼는 직원 1∼2명을 고용하며 직원들도 4대보험 가입을 꺼린다"고 말했다. 업종 특성상 무인화가 어려운 만큼, 고육지책으로 '자판기 매장'으로 전환하는 슈퍼도 등장했다고 귀띔했다. 강 회장은 "담배부터 라면까지 필수품목 위주로 자판기로 판매하는 무인점포로 돌리는 곳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9%(일자리 안정자금)를 받으려다 14%(4대 보험)를 내야 하는 상황인데 누가 선뜻 나서겠느냐"며 "일부 점포가 무인화에 성공했다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만큼 여러 점포들이 야간영업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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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장비들이 많아 무인화가 어려운 PC방 역시 24시간 영업을 줄이고 있다. 최윤식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회장은 "임대료는 그대로인데다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친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를 경우 존폐가 위협될 정도로 부담이 크다"며 "이미 폐업률이 최고 수준인 상태에서, 폐업을 고려하는 업체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은 내년 고용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미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청년실업률을 더욱 끌어올릴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은 '2018년 국내외 경제전망'을 통해 "임금인상분 보전을 받지 못하는 사업체를 중심으로 고용을 줄이고 자동화 투자 등을 늘릴 유인이 높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축소 효과는 임금수준이 낮은 청년층에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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