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동계올림픽 통해 상봉
대회 준비로 바빠 전화통화만
설연휴에 아들 만나러 평창行

왼쪽부터 김재수씨, 손자 김규태 군, 아들 토비 도슨 알파인스키 대표팀 감독.   [사진=김재수씨 제공]

왼쪽부터 김재수씨, 손자 김규태 군, 아들 토비 도슨 알파인스키 대표팀 감독. [사진=김재수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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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김재수(63)씨는 올해 아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토비 도슨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 감독(39ㆍ한국명 김봉석)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몸과 마음이 모두 바쁘다. 도슨 감독이 마지막으로 부산시 남구 용당동에 있는 아버지의 집에 갔을 때는 지난해 7월이었다.


부자는 그리움을 전화 통화로 달랜다. 그때마다 김재수씨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말은 "아버지 힘들어요"였다. 김씨는 "아들이 어눌한 한국말로 그렇게 한 마디 하더라. 일주일에 한 번씩 비행기 타고 외국에 다니느라 힘들어한다"고 안쓰러워했다. 도슨 감독은 선수들 앞에서 '포커페이스'다. 표정이 한결 같고 정신력이 강하다. 하지만 아버지 앞에서는 감정과 고민을 숨기지 않는다.

김씨는 "아들 때문에 스키 기사를 많이 본다. 최재우(23ㆍ한국체대)가 잘한다고 하던데 올림픽에서 메달을 많이 땄으면 좋겠다"면서 "아들과 선수들이 고생하는데 그만큼의 성과가 나와야 되지 않겠나. 그 생각 뿐"이라고 했다.


부자가 다시 만난 지도 10년이 지났다. 도슨 감독은 두 살이던 1981년 어머니를 따라 부산 동구 범일동 중앙시장에 갔다가 길을 잃었다. 부모는 아들을 찾지 못했고, 행방불명된 그는 1982년 미국인 가정에 입양되어 콜로라도에서 자랐다. 아버지와는 2007년 2월 서울 롯데호텔에서 상봉했다. 김씨는 "동계올림픽은 우리 부자에게 특별하다. 상봉할 수 있는 다리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재수씨가 2007년 2월 토비 도슨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 감독과 상봉했을 당시 찍은 사진을 들고 웃고 있다 [사진=김형민 기자]

김재수씨가 2007년 2월 토비 도슨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 감독과 상봉했을 당시 찍은 사진을 들고 웃고 있다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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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 감독은 2006년 2월 토리노동계올림픽 남자 프리스타일 모굴 스키 경기에 미국 대표로 나가 동메달을 따면서 국내 언론에 소개됐다. 김씨는 "당시 지인에게 연락을 받고 스포츠신문을 구해 확인했다. 미국 양부모님이 '동계올림픽에 나가야 친부모님을 찾을 수 있다'며 많이 격려해주셨다고 한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아들을 다시 만났다"고 했다.


도슨 감독은 이후 휴일과 명절 때마다 부산에 가 아버지와 함께 지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에 있는 낚시터는 부자의 아지트다. 도슨 감독이 2013년 9월 김연지(36)씨와 결혼하고 아들 김규태(4) 군을 얻은 후에는 셋이 부산에 간다. 김씨는 "아들이 한국말이 서툴러서 아직 대화를 오래 하지 못하지만 눈짓, 발짓으로 마음을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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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듯 도슨 감독이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은 극진하다. 2007년 10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효도관광을 보냈다. 지난해 7월에는 부산 해운대에 있는 백화점에서 정장과 와이셔츠를 사주었다. 이때 한 마디 했다. "아버지 등산복 그만 입으세요." 어디 갈 때는 반드시 도슨 감독이 운전대를 잡는다.


김씨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설연휴인 15~18일에 아들을 만나러 평창에 간다. 그는 "먹고 사는 일이 바쁘지만 가서 아들을 응원하겠다"면서 "올림픽은 한국을 널리 알릴 기회 아닌가. 아들과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서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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