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전 장관 "北 보복 능력 커져 군사적 해결 불가"·갈루치 전 대사 "안보 위협받는 美, 韓과 상의할 겨를 없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1994년 북핵 위기 당시 미국의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군사적 해법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내놔 주목된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검토했던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성 전 장관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해법이 실행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당시 북한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대사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 없이 북한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페리 전 장관은 16일 보도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은 "실행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전 시점인 1994년 "순항 미사일로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는 계획을 세웠었다"면서 북한의 반격 등에 대한 피해를 고려한 결과 군사적 옵션 대신 외교적 옵션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페리 전 장관은 "(이제)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피해가 당시보다 훨씬 막대할 것이기 때문에 (군사적 해법이) 실행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1994년 당시보다 북한의 보복 능력이 향상된 이상 선제 공격을 통해 핵시설 등을 파괴하는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당시 북한과 협상을 주도했던 갈루치 전 대사는 '한국 동의 없는 대북 군사행동 불가론'을 비판했다.


갈루치 전 대사는 15일(현지시간)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세미나에서 방미 중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토론을 마친 뒤 추 대표의 '사전 협의론'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8월 북한의 괌 포위사격과 관련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성 장관이 기자들에게 "그들이 미국을 조준한다는 것은 미국에 미사일을 쏘겠다는 것이고, 그렇게 한다면 '게임 시작'(game on·전쟁 시작)"이라고 했을 당시 '청와대와 협의하고 허락을 받겠다'는 말을 빠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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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치 전 대사는 "어떤 나라든 간에 자국 방어를 포기하면서, 다른 나라에 '상의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미국이 한미 양국 군(軍)간 소통 없이 군사적 옵션을 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군사옵션 이전에 서울의 허락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전제는 (미국에) 불편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개발로 인해 미국 안보가 불안해진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동의 등을 필수적으로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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