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액 4조원 '만능 국민통장' 절반은 1만원 이하 '깡통계좌'…8월 개편안에도 가입자수 정체, 가입까다롭고 수익률도 저조, '관치상품' 고객 해지 줄이어

ISA 가입자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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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정부가 국민들의 재산형성을 돕겠다며 의욕적으로 도입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비과세한도 확대와 중도인출 허용 등을 골자로 한 ISA 개편안이 나왔지만 가입자 수는 정체상태다.


13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9월말 기준 ISA 가입자는 217만5000명으로 1년전(240만5000명) 대비 23만명이 순감했다. ISA는 연 2000만원 납입 한도에서 예ㆍ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통장에 넣어 관리한 후 운용 수익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1인당 가입금액도 20만원 이하 계좌가 많아 '만능 국민 통장'이라는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9월말 기준 ISA 전체 가입금액 규모는 4조원대에 달하지만 1계좌당 평균 가입금액은 18만6000원에 불과하다.


지난 10월 있었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채이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에 따르면 ISA 전체 계좌(221만5187좌ㆍ7월말 기준)의 51%인 113만8191좌가 1만원 이하 소액계좌다. 1만원 초과 10만원 이하 계좌는 46만3176좌(21%), 10만원 초과 1000만원 이하 계좌는 47만5063좌(21%) 순이다. 반면 1000만원을 넘는 고액 계좌는 13만8757좌로 전체의 6%에 불과했다.

ISA 가입자 유치가 부진한 주 요인은 가입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이 꼽힌다. ISA는 '직전연도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으로 가입대상이 제한된다. 소득이 없는 가정주부나 학생, 노인 등은 가입할 수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입대상에 주부와 노년층이 빠져있는 것은 중서민층의 재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ISA의 취지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지난 8월 정부가 세제혜택 등 개편안을 내놔도 가입자 수에는 크게 변화가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수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도 상품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총 10개 은행의 76개 일임형ISA의 모델포트폴리오 누적 수익률(최근 6개월 기준)은 평균 2.96%, 3개월 기준으로는 0.7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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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년부터다. 정부는 8월 내놓은 ISA 개편안에서 가입금액을 중도에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납입원금은 전액이 중도인출이 가능하고, 발생한 수익에 대해선 인출은 안 되지만 비과세 혜택은 유지된다. 이렇게 되면 수익률이 낮은 ISA 상품에 대한 해지가 대거 줄을 이을 가능성이 크다. 농협, 국민, 우리, 신한, 부산은행 등 주요은행은 ISA 상품에 수익이 나지 않으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 '무수익 무수수료' 방침을 내년부터 시행하는 등 가입자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ISA 가입자 유치실적이 성과평가(KPI)에 연계되면서 할당 판매나 대대적인 이벤트가 생겼지만 앞으론 수익률이 저조하면 해지를 하겠다는 고객들이 늘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술금융이나 청년희망펀드 같은 정책 금융 상품과 마찬가지로 ISA도 시장 수요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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