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자의 난으로 유가상승 가능성
'고유가=이득' 공식 깨져
저유가로 수요늘고 화학 마진 커져 호황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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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국내 정유사 유가분석팀원들은 요즘 출근하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 뉴스부터 챙겨보는 게 일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판 '이방원의 난'이라 불리는 권력투쟁이 한창이지요. 32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형제들을 숙청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우디 왕자들에겐 원인 불명 헬기 사고가 일어나고 일가족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추리소설의 한 장면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중입니다.

정유사들이 사우디 정치 뉴스에 관심을 가지는 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업계는 왕자의 난을 유가를 띄우기 포석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저유가로 바닥난 국가 재정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유가를 띄워 불만의 목소리를 잠재울 필요성이 있습니다. 사우디 국영정유회사 아람코의 내년 상장을 앞두고 최대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단 의도도 숨어있지요. 이달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선 감산 기한을 내년 말까지 늘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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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정유사들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유가가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이익이 오르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배럴당 4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현재 60달러대까지 상승했지요. 정유사들은 "지난 2년 간 저유가 기조에서도 사상최대 이익을 냈었다. 유가가 저렴해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유가 상승이 길게 봐선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 우려되므로 정유사 입장에서 호재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정유사들의 또 다른 수익원천인 화학 분야도 '저유가의 축복'을 받았지요. 원료 값이 떨어지고 수요가 늘어나자 화학 업종도 최대 호황을 누렸습니다. 특히 저유가 덕분에 석탄을 원료로 삼는 중국설비 가동률이 떨어져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도 얻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반대로 유가가 오르면서 석유를 원료로 한 생산시설보다, 미국의 에탄올, 중국의 석탄 기반 생산시설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더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정유사들에게 걱정거리가 생긴 것이지요. "고유가 때는 이득, 저유가 때는 손실"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경영환경이 된 셈입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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