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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수빈 기자] #2016년 8월14일 전남 화순군 한천면의 한 야산의 염소 농장에 ‘벌집 제거’를 해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은 적금을 깨 염소 농장주에게 수 백만원을 보상했다. 이날 소방관이 벌집을 제거하기 위해 벌집 입구에 불을 붙이자 바람이 불어 산불로 번졌고, 이를 두고 농장주는 1000만원을 요구하며 보상하지 않으면 민원을 제기하겠다며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2016년 8월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베란다의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관은 불은 끈 뒤 집주인에게 돈을 물어내라는 항의를 받았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파손된 아파트 현관문과 찢어진 소파 값을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이 소방관은 당시 화재 진압을 위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집주인과 합의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불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파손된 물건을 소방관들이 자비로 배상하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안인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발의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여있다.

서울 소방재난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8월까지 화재진압 등으로 인한 기물파손에 대해 소방관이 사비로 변제하거나 변상을 요구받은 경우는 서울에서만 54건이다. 전국 각 지역 소방 본부를 조사하면 그 이상의 사례가 집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방기본법 25조에 따르면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대상물 및 토지를 일시적으로 사용하거나 사용을 제한하고 소방활동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또 시·도지사는 이로 인해 손실을 본 사람에게는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소방관이 출동 현장에서 소방 활동에 방해가 되는 차량이나 물건 등을 이동시키는 강제처분권을 인정할 뿐이며, 시·도지사가 보상하는 손실은 소방관의 과실이 있으면 해당되지 않는다.


소방관이 일으킨 물적 손실은 모두 국가가 보상한다. 하지만 화재는 배상책임보험에 가입이 안 돼 국가 보상 여부를 법정에서 가려야 한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소송이 부담스러워 파손 물건에 대해 자비로 변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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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은 ‘소방관 면책 조항’을 둬 소방 활동 중 발생한 피해에 대해 소방관이 책임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뉴저지 주법에서는 소방관이 선의로 행한 작위나 부작위로 발생한 민사상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도록 면책 조항을 규정하고 있으며, 일리노이주 주법에서는 소방관 등 공공 종사자가 화재 예방이나 소방 장치 시설에 의해 발생된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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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탕으로 정당한 구조 과정에서 소방관의 과실이 있더라도 물적 피해에 대해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미국 소방관들 진화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전에 허락받지 않고 남의 집 문을 부수고 불법 주차된 차량의 창문을 깨는 등 출동 현장에서 강력하게 대응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도 소방·구조 활동을 하다가 소방관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타인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 등에 대해 소방 공무원이 형사책임을 지지 않거나 그 책임을 감면한다는 내용을 담은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2016년 발의됐으나 1년 넘게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법안 소위에 계류 중이다.


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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