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전문가 김용섭 소장이 본 2018 키워드: 클레시 페이크
'인공계란' 빌게이츠도 극찬…가짜 아날로그에 현대인 열광
'영혼 있는' 소비패턴·행동 차별화+소유보다 경험 중시

[김세영의 Economia] 진짜와 가짜 사이, 선택은 '남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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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우리시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진짜와 가짜, 과거와 현재,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에서 과감하게 자신만의 길로 트렌드를 이끄는 사람들이 있다. 새로운 미래를 만나기 위해 과거의 관성과 선입견을 과감히 버리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세상은 요지경(2003)' 노랫말 속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짜'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떨었다. 나름의 판단이나 가치기준 없이 기존의 관념 혹은 대세에 벗어나면 외면하곤 했다. 해당 이슈에 대해 정확히 알고 독자적인 선택을 하기보다 주류 사회의 생각을 기준으로 삼았다. 음식 분야에선 특히나 가짜를 경계했다.

'햄튼 크릭 푸드'는 2013년 9월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인공 계란인 '비욘드 에그(Beyond Eggs)' 즉, 가짜 계란을 팔기 시작했다. 완두콩과 수수 등 10여 가지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이 인공 계란 파우더는 이제 보편적으로 소비할 정도로 확산됐다. 제과·제빵은 물론 오믈렛, 스크램블 에그도 거뜬히 만든다. 진짜 계란의 콜레스테롤을 걱정하는 사람들과 채식주의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등 미래 식량 산업으로서 그 성장 가능성이 크다. 요리했을 때 맛과 향이 계란과 똑같을 뿐 아니라 영양 면에서도 가치가 충분하다. 비욘드 에그는 한 마디로 ‘아주 멋진 가짜’다.


이 회사는 세계의 억만장자들에게서 2억2000만 달러(한화 약 2449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인 빌 게이츠도 계란을 대체할 새로운 식품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무수한 닭을 살처분하고, 살충제 달걀 파동도 겪은 우리는 이제 막 닭의 사육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더 건강한 계란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생동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계란 대체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비욘드 에그와 같은 미래 식량 기술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진짜 계란이 아니라도 맛과 영양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비인도적 동물 사육도 배제할 수 있다면 비록 가짜라고 해도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제 '영혼이 있는' 남다른 가짜라면 기꺼이 구매한다.


비욘드 에그로 만든 각종 소스 제품들

비욘드 에그로 만든 각종 소스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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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잔인한 도축의 결과물인 천연 가죽보다 인조 가죽을 소비하고, 무조건 고가의 오리지널 명품을 사기보다 하이패션과 스트리트패션을 혼합한 새로운 실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필름 카메라를 흉내 낸 '구닥(Gudak)' 앱이나 구식 타자기 느낌을 주는 '쿼키라이터' 키보드처럼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융합한 가짜 아날로그를 탐닉하며,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로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를 통해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트렌드를 연구하는 저자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45)은 2013년부터 앞으로의 트렌드를 보여 주는 생활·문화 전용서적을 매년 발표했다. 2018년에는 남과 다른 '멋진 가짜'를 뜻하는 '클래시 페이크(Classy Fake)'를 적극 소비하는 사람들에 주목한다. 방점은 클래시에 있다. 그는 인간 의식주 전반에 중요한 키워드가 될 클래시에 대해 남다른 통찰력을 제공한다.


김 소장은 "2018년을 관통할 가장 중요한 흐름은 클래시다. 일상이나 소비생활에서도 과거에는 남과 같음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남과 다름에 더 주목하면서 전통적인 것들이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급이 다른 행동과 소비를 보여주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클래시 페이크에 눈뜬 이들의 숨은 욕망 저변에는 ‘즐겁게 살자’는 욕구가 있다. 지난해 한국인들에게 가장 이슈를 모았던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은 '욜로(YOLO·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와 '휘게(Hygge·편안함과 아늑함)'였다. 저자는 이 흐름의 연장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018년에는 '월든(Walden)'을 제시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월든은 1852년 출간 이래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어준 책이다. 소로는 1845년에서 1847년까지 2년 2개월 동안 세상과 연을 끊고 미국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 작은 통나무집을 짓고 살았다. 이 때 경험을 에세이로 적은 책이 월든이다. 세상에 대한 저항이자 일종의 실험이었다.


"이전 세대는 즐겁게 사는 것보다 풍족하게 사길 원했다. 결국 돈이 목적이 됐다. 돈을 중시하던 사회다보니 인간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욜로나 휘게는 삶의 가치가 돈에서 사람으로 옮겨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월든은 한 개인이 시도한 방식이지만, 이제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오도이촌(五都二村)' '제주도 한 달 살기'와 같은 맥락처럼 자기만의 공간에서 삶을 누리는 방식을 추구한다. 공통점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겁게 살겠다는 방향성이다."


저자는 클래시 페이크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2018년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할 열한 종류의 사람들을 지목한다. 기존 남성성을 거부하고 미백과 영구적 제모(除毛)에 관심을 두는 그루밍족을 비롯해 촛불집회처럼 시민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보편적 의무와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사람들, 행복을 위해 당당하게 사표를 쓰거나 공정속도와 적정서비스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모두 기존 가치에 합리적 의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것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사람들로 묶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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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경험에 바탕을 둔 자기만족의 시대다. 저자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요시하는 Y세대를 통해 내년도 트렌드를 명확히 설명한다.


"기성세대가 말하는 합리적 소비는 좀 더 싸고, 물건을 많이 가지는 소유에 초점을 뒀다. 취미라고 해봤자 독서나 음악 감상, 등산 등으로 한정지었는데 결국 돈 안 쓰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제는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하느냐에 초점을 둔다.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Y세대는 모든 빌리고 공유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내 것이 아니어도 문제될 것이 없다. 경험치에 주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공연, 여행, 서핑 등에 대한 취미생활에 더 투자한다. 돈이 많이 들더라도 이러한 소비형태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라이프 트렌드 2018: 아주 멋진 가짜/김용섭 지음/부키/1만6000원>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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