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 법안 또 해넘긴다
예산안 처리 후 논의된다하더라도 쟁점법안으로 부상하기 힘들어…내년으로 넘어갈 듯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카카오뱅크가 출범 100일, 케이뱅크는 영업개시 7개월을 맞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규제) 법안이 또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회 정무위에는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취지의 은행법 개정안 2건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3건 등 모두 5건의 법안이 올라와 있다. 산업자본의 인터넷 전문은행 소유 지분 상한을 34~50%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무위와 금융권 안팎에선 은산분리 완화의 연내 통과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가 다 끝나고 나서야 논의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당의원들의 반대가 여전히 심한 상황"이라며 "통상 예산안 처리가 10월 종료되고 11월에 법안소위가 열렸는데 올해는 그 일정이 늦어져 11월에 의제로 상정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12월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해 논의를 한다하더라도 통과는 불투명하다. 정무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올해가 가기 전에 법안소위원회에서 한번 더 쟁점이 될 수 있지만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반대가 심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벌의 자본집중과 금융업의 사금고화을 명분으로 은산분리 완화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마음이 급한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정부는 당초 은행이 아닌 IT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인터넷은행을 이끌게 하겠다며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했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도 은산분리가 완화될 것이란 전제로 출범 후 증자를 통해 지분을 늘릴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증자에 어려움을 겪어 일부 신용대출 상품을 중단한 바 있다. 지난 9월 1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했다가 기존 주주 중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회사들이 생겨 부동산종합회사를 신규 투자자로 유치해야 했다. 케이뱅크는 연말에도 1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할 예정이지만 또 새로운 주주를 찾아야 할 것이란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지분율 그대로 5000억원 규모의 증자에 성공, 자본금을 8000억원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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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은산분리 완화 없이 언제까지 이런 식의 증자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지난 3일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은산분리 완화가 늦어지면 은행의 혁신도 늦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은산분리 완화가 지연돼 인터넷은행의 사업성이 떨어진다면 '제 3의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설립은 고사하고 기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출범으로 나타났던 '메기 효과' 마저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주주 상당수가 추가적인 투자에 인색한 상황에서 은산분리 완화가 계속 막힌다면 장기적으로 회사의 존속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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