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양극화③]발 뻗고 쉬는 대기업·공무원 vs 학교에 갇힌 경비원
직장인들 "방학 같은 연휴 즐기자"
학교경비직 "11박12일 연장근무 감옥 같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서울 관악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야간당직기사(경비원)으로 일하는 오모(71)씨에게 황금 연휴는 '황금 철야'다. 학교를 비울 수도 없고, 교대할 인력도 없어 연휴 내내 쉬지 않고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씨는 "오후 4시30분부터 다음 날 아침 8시30분까지 계속 근무하는 일을 11박12일 동안 계속해야 하는 셈"이라며 "차라리 연휴가 짧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7)씨에게 이번 추석은 '역대급 연휴'다. 그동안 쓰지 못한 연차까지 붙여 20일간 동유럽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마침 추석 상여금 등 보너스가 들어와 '지갑'도 든든하다. 이씨는 "큰 마음 먹고 대학생 때처럼 여행을 계획했다"며 "앞으로 황금연휴가 있다면 가능한 온전히 내 시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장의 황금 연휴가 시작됐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연휴에도 밤낮으로 근무해야 하는 경비·방호업종 종사자들에겐 남들이 쉬는 날에 오히려 책임이 늘어난다.
기본적으로 학교가 쉬는 시간에 근무하는 경비원들은 오히려 쉬지 않고 근무해야 하는 날이 늘어나 울상이다. 이번 추석 연휴의 경우 최장 11박12일을 근무해야 한다. 교대근무 없이 1인 근무로 운영되는 곳이 상당수다 보니 280시간이 넘도록 학교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 기업처럼 휴일 및 야간 근무를 한다고 해도 따로 수당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보통 오후 4시30분 출근해 다음 날 오전 8시30분에 퇴근하기 때문에 16시간을 근무하지만 실제로 인정되는 근무시간은 6~7시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계약서에 '1시간 근무당 2시간 휴식' 항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오씨는 "한 달에 쉴 수 있는 날은 2~3일에 불과하다"며 "교대근무를 해 줄 사람도 없고, 무슨 일이 생겨도 일자리를 잃을까봐 휴가는 꿈도 못 꾼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고용노동부의 용역을 받아 연구한 '학교업무종사자의 노무관리 실태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경비원 1명이 야간 경비를 도맡는 학교가 71.1%지만 월급이 110만원 미만인 이들은 10명 중 7명(67.5%) 꼴이었다.
반면 대기업 직원이나 금융기관 종사자 등에게는 말 그대로 '황금 연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 12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2.%)이 '임시공휴일인 2일과 대체공휴일인 6일을 모두 쉰다'고 답했다. 대기업 직장인의 경우 이 비율은 72.5%로 치솟았다.
관공서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교사들도 일직이나 당직 순번을 맡지 않는 한 열흘 휴일을 오롯이 쉴 수 있다.
교사인 이모(41·남)씨는 "이번 연휴는 사실상 가을방학"이라며 "평소보다 오래 고향집에 머무르면서 형제들과 느긋하게 술도 한잔 하고 자주 만나지 못하던 친척들 얼굴도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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