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강간으로 임신한 14세 소녀 낙태가 불법?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즈 등 외신은 아일랜드가 낙태금지법 개정을 놓고 내년 국민투표에 나선다고 전했다. 아일랜드는 가톨릭 국가로 임산부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국민들은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 중이다.
아일랜드는 낙태에 관해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이다.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나 태아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태아가 숨 쉬는 한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불법 낙태를 행한 경우 최고 14년형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낙태 시술 거부로 인해 한 여성이 사망하면서 낙태 합법화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아일랜드에 거주하던 인도 출신 사비타 할라파나바르는 임신 17주째에 복통을 호소하며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유산 증상으로 판단했지만 태아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했다. 일주일 뒤 태아가 숨지고 수술을 진행했지만 사비타는 패혈증이 악화돼 나흘 뒤 사망했다.
당시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는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숨진 인도 여성을 추모하며 낙태법 개정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도 벌였다. ‘의료 살인’ 이라고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외교 갈등으로까지 비화됐다.
앞선 1992년에는 강간으로 인한 임신에 따른 낙태도 불법이라고 판결한 판례도 있다. 강간으로 임신을 한 14세 소녀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유엔인권이사회는 보수적인 아일랜드의 낙태 금지법에 대해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유럽평의회의 인권기구도 치명적인 태아 기형이나 강간으로 인한 임신 등은 낙태를 허용할 것을 주문했다. 또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유권자가 낙태 허용이 아닌 금지법 완화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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