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시장 식당가
 낮은 탕집
 두 집안 젊은이가 선을 본다
 그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을 사이 앉히고
 어미 없이 큰 듯한 딸은 고개 숙여 탕을 뜬다
 아버지는 사위가 될지 모를 그 아들
 맥주 첫 잔이 즐겁다 어머니는
 앞자리 딸이 며느리로 좋이 차는 듯
 젓가락질 가볍다 두 집안은 몇 대째
 화룡에서 연길에서 모른 듯 살아왔겠지만
 앞으론 연길 한 공원묘지에서 만날 일을 꿈꾸는지 모른다
 세 병째 맥주가 비고 웃음이 길어져
 딸의 동생까지 와 늦은 인사를 올린다
 선 자리가 혼삿날 같다 그 어머니는 양탕을 더 시키고
 딸은 부끄러움을 젓가락처럼 쥐고 앉았다
 딸 손등으로 아들 눈길이 자주 얹힌다
 고추 장아찌에 절임김치 차림이지만
 포기포기 달리아 꽃자리
 화룡도 인천 허씨일 듯한 아들네와
 은진 송씨일 듯한 딸네 혼삿날은
 돌아오는 시월일까 이제 두 집안은

[오후 한 詩]화룡에서 흰술을/박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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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룡 연길 한길처럼 죽 곧을 것인가
 그 아들과 딸은 백두산 어느 들목
 산양삼에 석이를 키우고 집안 처마 밑을
 재갈재갈 삼꽃 아이들이 오갈 것인가
 화룡시장 식당가
 낮은 탕집
 향초 그윽한 개탕을 비우며 나는
 흰술 벌써 두 잔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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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좋을까, 은진 사람 송 씨. "낮은 탕집"이면 어떻고 "고추 장아찌에 절임김치 차림"이면 또 어떤가. 아내 없이 금이야 옥이야 기른 딸, 안사돈 되실 분 자꾸 곁눈질하며 웃는 걸 보니 기분이 좋구나. "딸 손등으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두툼하게 내려앉는 사위 될 녀석 눈길도 흐뭇하고. 그래 맥주가 술술 들어가는구나. 잘 살아야 한다. 아비 원은 그거 하나뿐이다. 곁에서 대놓고 훔쳐보던 시인은 아마도 좀 샘이 났나 보다. 그 독하다는 고량주를 "벌써 두 잔째" 들이키고 있으니.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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