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 1년…국적 선사 수송력 절반으로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한때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 거부로 파산한 '한진해운 사태'가 오는 31일로 발생 1년을 맞는다.
한진해운이 지난해 8월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침몰한 국내 해운업 위상은 1년이 지나도록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법원의 최종 파산 선고 이후 청산 절차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항만·터미널 등 글로벌 서비스 네트워크가 사라진 데 따른 파장 극복은 현재진행형이다.
28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상선 컨테이너 선복량은 35만9441TEU(1TEU=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대)로 세계 순위 14위를 나타내고 있다. 국적 컨테이너 선사의 전체 선복량은 지난해 8월 105만TEU(한진해운, 현대상선)에서 40만9196TEU(현대상선, SM상선)으로 61%나 줄어들었다.
한진해운과 마찬가지로 채권단 공동관리를 거쳐 법정관리 직전까지 갔던 현대상선이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 선사로 새출발했고, 한진해운의 영업권 10분의 1가량을 사들인 SM상선이 출범했지만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의 점유율 중 2%포인트를 확보하는데 그쳤고, 나머지 5% 가량은 다른 해외 상위 선사들이 나눠가졌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항만, 터미널, 물류기지 등 자산을 줄줄이 매각하면서 현대상선의 원가경쟁력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현대상선은 여전히 자율협약 상태이고 적자로 인한 경영난이 지속 중이다. 현대상선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12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연간기준 6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항 환적화물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운임도 상승세를 보이는 등 최근 일부 지표 변화가 긍정적이다. 한진해운의 모항이었던 부산항의 올해 3월 환적화물이 5.5% 늘어난 이후 증가세가 이어져 7월까지 부산항의 물동량은 1194만6000여개(20피트 컨테이너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32만9000여개 보다 5.44% 늘었다.
지난 4일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897포인트로, 1년 전의 600포인트에 비해 크게 오른 상태이다. 지난해 8월 631포인트까지 급락했던 벌크선운임지수(BDI)도 지난 9일 1050포인트까지 올랐다. SCFI와 BDI는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면서 느리게 저점을 높이고 있다. 다만 이러한 회복세가 계절적 요인과 겹쳐 있어 추이가 장기화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 상위 선사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국내 선사들과의 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다. 독일 하파그로이드의 칠레 CSAV 인수, 프랑스 CMA-CGM의 싱가포르 NOL의 컨테이너부문 인수, 코스코홀딩스와 CSCL 합병 등 글로벌 상위 선사들은 인수합병(M&A)를 통해 선대 경쟁력을 키우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등 장기 침체 극복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장경석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해운사들은 최근 몇 년간 신조 확보를 통한 선대 확장 없이 오히려 선박을 대거 매각해 (운임) 경쟁력이 크게 낮아진 상태"라면서 "향후 해운동맹 조정이 생길 경우 동맹에서 배제되거나 동맹 내에서 입지가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지난해 10월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6월 목표로 '한국해양진흥공사' 출범을 준비하는 등 해운업 재건을 위한 후속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1년 전 금융논리에 치우친 정책 실패로 해운강국의 꿈도 무너졌다"면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해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원책 마련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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