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가 항해를 시작한 후 처음 발을 딛고 인도로 착각했던 아메리카 대륙인 히스파니올라섬의 타이노족은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발견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잃었다. 스페인 개척자들이 도착한 지 고작 25년 만에 타이노족의 인구는 500만명에서 5만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원주민들이 유럽인들이 가져온 전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한편 사탕수수나 담배 등 상품작물의 대규모 경작에 강제 동원되면서 '타이노족의 말살'에 가까운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중국 작가 선푸위가 쓴 '내 이름은 도도'는 지금은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려 그 모습을 찾을 수 없는 동물들을 소개한다. 묘하게도 멸종된 동물들은 참혹했던 식민지 건설의 역사 뒤켠에 있는 원주민의 운명과 닮아있다. 칭송받던 원정대의 화려한 업적에서 원주민과 함께 동물들도 철저히 소외된 셈이다.
'내 이름은 도도'의 첫 장을 장식하고 있는 도도새도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이 돼버렸다. 아프리카 동남부의 작은 섬 모리셔스에서는 퇴화된 짧은 날개로 뒤뚱거리며 돌아다니는 땅딸막한 도도새가 흔했지만 1681년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췄다. 포르투갈 탐험대의 먹잇감으로 무분별하게 포획된 도도새의 멸종은 어느 한 종의 멸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도도새는 모리셔스섬 전체를 뒤덮고 있었던 카바리아 나무의 운명까지 갈랐다. 단단한 껍데기가 감싸고 있는 카바리아 나무의 씨앗을 먹고 소화시킬 도도새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라져간 동물들을 그리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앞으로 자연과 생명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화두를 던진다. 딸에게 새장에 갇힌 새를 사줄 수 없다는 마음이 출발이 되어 책을 엮었다는 지은이의 말은 자연과 인간의 공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게 한다. '잃어버린 모든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As dead as a dodo'라는 표현이 생기게 된 배경을 들여다보며, 동물 또한 인간과 같이 '동물권(動物權)'을 가진 생명의 주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것만으로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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