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미란의 동네책방]사라져간 동물들이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

선푸위 지음/허유영 옮김
추수밭
1만4800원

선푸위 지음/허유영 옮김 추수밭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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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 대한 평가는 오늘날 극명히 엇갈린다. 미국에서는 매년 10월 둘째 주를 '콜럼버스 데이'로 지정해 기념할 만큼 한편에서는 서인도 항로를 발견해 아메리카대륙이 유럽 사람들의 활동무대가 되도록 한 업적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원주민 대학살이 재조명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콜럼버스가 항해를 시작한 후 처음 발을 딛고 인도로 착각했던 아메리카 대륙인 히스파니올라섬의 타이노족은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발견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잃었다. 스페인 개척자들이 도착한 지 고작 25년 만에 타이노족의 인구는 500만명에서 5만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원주민들이 유럽인들이 가져온 전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한편 사탕수수나 담배 등 상품작물의 대규모 경작에 강제 동원되면서 '타이노족의 말살'에 가까운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그러나 원주민만이 삶의 터전을 잃은 것이 아니다. 콜럼버스 원정대가 바하마 제도에서 기름을 얻기 위해 카리브 몽크물범을 잔인하게 몰살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작가 선푸위가 쓴 '내 이름은 도도'는 지금은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려 그 모습을 찾을 수 없는 동물들을 소개한다. 묘하게도 멸종된 동물들은 참혹했던 식민지 건설의 역사 뒤켠에 있는 원주민의 운명과 닮아있다. 칭송받던 원정대의 화려한 업적에서 원주민과 함께 동물들도 철저히 소외된 셈이다.

'내 이름은 도도'의 첫 장을 장식하고 있는 도도새도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이 돼버렸다. 아프리카 동남부의 작은 섬 모리셔스에서는 퇴화된 짧은 날개로 뒤뚱거리며 돌아다니는 땅딸막한 도도새가 흔했지만 1681년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췄다. 포르투갈 탐험대의 먹잇감으로 무분별하게 포획된 도도새의 멸종은 어느 한 종의 멸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도도새는 모리셔스섬 전체를 뒤덮고 있었던 카바리아 나무의 운명까지 갈랐다. 단단한 껍데기가 감싸고 있는 카바리아 나무의 씨앗을 먹고 소화시킬 도도새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된 호주의 주머니늑대도 유사한 과정으로 자취를 감췄다. 1607년 호주 테즈메이니아섬을 점령한 영국인들은 원주민에 현상금을 내걸고 적극적인 말살 정책을 폈다. 100년 만에 이 섬의 원주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영국인들의 화살은 동물들에게도 향했다. 원주민과 공생하던 주머니늑대를 '양을 죽이는 악마'로 낙인찍은 뒤 원주민과 마찬가지로 현상금을 내걸어 말살시켰다. 1936년 호주 호바트동물원에서 숨을 거둔 주머니늑대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지구상에서 이 동물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 책은 사라져간 동물들을 그리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앞으로 자연과 생명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화두를 던진다. 딸에게 새장에 갇힌 새를 사줄 수 없다는 마음이 출발이 되어 책을 엮었다는 지은이의 말은 자연과 인간의 공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게 한다. '잃어버린 모든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As dead as a dodo'라는 표현이 생기게 된 배경을 들여다보며, 동물 또한 인간과 같이 '동물권(動物權)'을 가진 생명의 주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것만으로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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