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근로자 안전위협…가이드라인 필요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쉬는 건 하다하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알아서 쉬는 거죠".
폭염이 연일 지속되며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섭씨 30도 이상의 온도가 지속돼 폭염 경보가 발령되면 일사병 등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 일정시간 야외 근로자들의 휴식이 권고되지만, 일선 현장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열기가 가장 뜨거운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야외근로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권장한다. 하지만 이날 같은 시각 서울시 발주 세종대로 일대의 한 공사현장에선 폭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이 쉬지 못한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인부 B씨는 "문자로는 폭염특보라고 오는데 현장의 기준은 다른 것 같다"며 "기본 휴식시간 외에 폭염으로 휴식을 취하려면 업체의 허락이 필요한데 폭염의 기준은 업체 재량이다"고 말했다. 같은 공사현장 인부 C씨도 "매일 정해진 업무량이 있는데 시에서 아무리 권고를 한들 소용이 있겠냐"며 "그나마 여긴 시 관계자가 수시로 나와서 현장 안전점검을 해 상황이 나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폭염 시 휴식 부여가 권고 사항에 불과한 상황에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5월 29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685명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평균 환자 수인 346명보다 98% 많아 거의 2배에 달했다. 발주처가 정부기관인 현장이나 대형건설 현장일 경우 상황은 그나마 양호했다. 소규모 현장일수록 야외근로자들은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일본의 경우 7~8월 중에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더위관련 지수가 기준을 크게 초과할 경우 작업을 중지하는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지자체별로 기준이 다르고 구체적 기준이 없어 야외 근로자들이 무방비로 폭염 속 근로에 노출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민간 건설현장에는 강제력을 부여할 수 없지만 근로자 휴식 보장을 최대한 독려하겠다"며 "시가 발주하는 현장이나, 시 업무를 맡고 있는 야외근로자들 대해선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폭염 속 근로자들의 안전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