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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야외근로자, 목숨 건 '식은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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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에 불과한 '휴식시간제'…폭염기준 관리자 자의적 판단
야외근로자 안전위협…가이드라인 필요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쉬는 건 하다하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알아서 쉬는 거죠".
최고기온 34.7도의 무더위가 덮친 26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의 화분에 꽃을 옮겨 심던 A씨는 연신 땀을 훔쳤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이었지만 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 A씨는 "꽃이 이렇게 쌓여있는데 어떻게 쉬냐"며 "일을 하다하다 안되겠다 싶으면 알아서 쉰다"고 말했다.

폭염이 연일 지속되며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섭씨 30도 이상의 온도가 지속돼 폭염 경보가 발령되면 일사병 등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 일정시간 야외 근로자들의 휴식이 권고되지만, 일선 현장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 낮 최고기온이 34.7도를 기록한 26일 공사장 인부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한 낮 최고기온이 34.7도를 기록한 26일 공사장 인부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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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열기가 가장 뜨거운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야외근로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권장한다. 하지만 이날 같은 시각 서울시 발주 세종대로 일대의 한 공사현장에선 폭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이 쉬지 못한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인부 B씨는 "문자로는 폭염특보라고 오는데 현장의 기준은 다른 것 같다"며 "기본 휴식시간 외에 폭염으로 휴식을 취하려면 업체의 허락이 필요한데 폭염의 기준은 업체 재량이다"고 말했다. 같은 공사현장 인부 C씨도 "매일 정해진 업무량이 있는데 시에서 아무리 권고를 한들 소용이 있겠냐"며 "그나마 여긴 시 관계자가 수시로 나와서 현장 안전점검을 해 상황이 나은 것"이라고 전했다.
공공 공사가 아닌 민간 공사 현장의 경우 사정이 더 열악하다. 이날 저녁 재개발이 진행 중인 중구 퇴계로 일대의 소규모 공사 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던 정모(46)씨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른 채 "날씨가 사람 잡는다. 일이 밀리면 우리한테 돈을 더 줘야 하니깐 폭염이라도 긴 휴식시간은 안 준다"며 "대신 얼음조끼를 지급해줬는데 시원한 것도 잠깐이고, 거추장스러워서 잘 안 입는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폭염 시 휴식 부여가 권고 사항에 불과한 상황에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5월 29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685명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평균 환자 수인 346명보다 98% 많아 거의 2배에 달했다. 발주처가 정부기관인 현장이나 대형건설 현장일 경우 상황은 그나마 양호했다. 소규모 현장일수록 야외근로자들은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일본의 경우 7~8월 중에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더위관련 지수가 기준을 크게 초과할 경우 작업을 중지하는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지자체별로 기준이 다르고 구체적 기준이 없어 야외 근로자들이 무방비로 폭염 속 근로에 노출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민간 건설현장에는 강제력을 부여할 수 없지만 근로자 휴식 보장을 최대한 독려하겠다"며 "시가 발주하는 현장이나, 시 업무를 맡고 있는 야외근로자들 대해선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폭염 속 근로자들의 안전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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