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비상]"40℃, 숨도 못 쉴 지경"…'쪽방 탈출'
창문없는 찜통, 새벽까지 못 들어가…전기료 무서워 선풍기도 못틀어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낮에는 방이 너무 더워 안에 있을 수도 없다. 선풍기를 틀고 싶어도 전기세가 무서워 그냥 참는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폭염이 찾아왔던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입구 나무그늘 아래서 10여명의 주민들이 무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연신 부채질을 하지만 푹푹 찌는 열기에 주민들의 목 뒤로는 연신 땀이 흘러내렸다.
올해 척 폭염특보가 내린 날, 이 동네 주민들은 더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집밖으로 나왔다. 달아 오른 열기로 낮에는 방이 너무 더워 도저히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민 정창식(62)씨는 "낮에는 방이 너무 더워 앉아 있을 수가 없다"며 "선풍기를 틀어도 아무 소용이 없어 새벽 1~2시까지는 밖에 있다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정모(54)씨는 자신의 방을 '무덤방'이라고 표현했다. 방에 환기를 할 창문도 없고, 똑바로 누웠을 땐 발이 문 밖으로 나와 다리를 구부리거나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 그는 "이게 무덤이랑 다름없지 어떻게 방이냐"며 "여름엔 너무 뜨거워 라면하나 끓여먹지도 못하고 샤워도 제대로 못한다. 쉴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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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주민들은 그러나 선풍기도 마음대로 틀지 못한다. 일부 집주인들이 월세에 공과금이 다 포함돼 있는 데에도 여름에만 전기료 명목으로 1만~2만원을 따로 받기 때문이다. 이모(58)씨는 "기초생활수급비를 포함해 월 40여만원을 받는데 방세 24만원을 빼면 생활비가 16만원"이라며 "선풍기를 틀면 더 더워 쓰지도 않는데 전기료 1만원을 따로 내야해 생활에 타격이 된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등 정부·지자체가 긴급 구호에 나섰다. 이날 중부소방서가 '폭염안전캠프'를 쪽방촌 입구에 설치해 긴급의료지원 서비스를 시행했다. 또 소방호스를 이용해 쪽방촌 일대에 물을 뿌려 조금이라도 열기를 식혀주기도 했다. 전익형 서울 중구청 남대문지역상담센터 실장은 "주민들에게 쉼터와 샤워장 확보를 시도했었지만 여건상 힘들었다"며 "근본적인 것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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