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트라우마'…큰 비 안오면 저수지 '바닥'
2014~15년에 이어 올해도 사상최악 가뭄
해수담수화·빗물 재이용 도입해야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지난달 31일 충남 보령호가 메마른 바닥을 드러냈다. 보령댐의 저수율은 1998년 준공 이래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전국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도 57%에 불과해 평년(73%)보다 한참이나 낮다. 큰 비가 이달 10일까지 내리지 않으면 저수지 57곳, 20일까지 안 오면 123곳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가뭄이 또다시 찾아왔다. 2014년과 2015년 연이은 사상 최악의 가뭄이 남기고간 상흔이 회복되지도 않은 중부지역은 벌써부터 상당한 '가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가뭄은 봄철 영농기와 겹치면서 그 피해를 키우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정부와 관계기관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선제적으로 가뭄 대책을 추진해왔으나 자연 앞에 무용지물이 됐다. 사전 모니터링과 근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가뭄 우려 지역인 경기, 충남 지역의 특별교부세 70억 원의 사업 집행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이번주 중으로 가뭄대책비 116억 원(국비 93억 원, 지방비 23억 원)을 가뭄이 심한 지역에, 50억원을 저수지 준설이 필요한 지역에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지방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아 소규모 급수시설에 의존하는 인천 소연평도 등 32개 섬에 식수와 생활용수를 별도로 공급하고 있고, 경기 광주시 등 19개 시군에서는 비상급수를 시행 중이다.
가뭄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주 2회 정례적으로 시· 도부단체장 영상회의를 개최하여 가뭄대책 추진상황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농협중앙회도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재해대책 무이자자금을 지원한다. 지난 22일부터 '범농협 가뭄극복 대책위원회'를 가동, 각 부분별로 농업인의 현장 애로사항을 파악해 지원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가뭄피해 발생 또는 우려되는 지역에 양수기·송수호스 등 가뭄극복 장비를 보급하고, 이앙불능보장보험 조사 및 보험금 지급, 양수기 면세유 추가배정, 대체 파종 종자 지원, 가뭄지역 농산물 판매지원도 추진한다.
이러한 대책에도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하천의 경사가 급하고 시기별·지역별 강수량의 편차가 커, 상습가뭄 지역의 안정적인 물공급을 위한 대책을 필요하다는 것.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연 강수량은 1287.6mm 가운데 여름철 홍수기인 6~9월에 876.4mm(68.1%)가 집중되고 있다.
또 지역별로도 최대치인 제주도·울릉도(1729mm)와 최소치인 금강권역(1240mm)의 차이가 489mm에 달하며, 남해안·강원도는 1400mm 이상인 반면 경상북도, 충청도, 경기도 내륙은 900~1200mm로 강수량이 적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특히 1990년대 이후 가뭄으로 3회 이상 물부족 피해가 발생한 시·군이 49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안정적으로 물 공급을 할 수 없는 지하수나 중소하천을 수원(水源)으로 사용하는 도서산간 지역도 가뭄에 취약한 상태다.
이에 조사처는 광역상수도 미급수 지역에 대한 상수도 보급을 확대하고, 해수담수화, 빗물 재이용, 지하수 함양시설 설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댐이나 저수지, 하구둑, 보 건설과 하천 개수 등 수자원 개발에서 환경과 기후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수자원 관리로 정책변화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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