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상생기금 '변질된 상생'…국회, 금지法 추진
대기업-중소상인간 사업조정 합의금 논란
1억이던 상생기금 지난해 100억까지 뛰어…일부 상인 '횡령'
김종민 더민주 의원 "사업조정시 금품 요구·제공 금지" 법안 발의
유통업계 "협의 안돼 출점 불가능 우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요즘 국민들이 대형 복합쇼핑몰 입점을 반대하는 상인들을 좋지 못한 시선으로 보고있다. '합의금을 받아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인식 때문이다. 이 합의금을 업계에선 '상생기금'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해 9월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에게 질의한 내용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 대형 유통매장이 출점할 때 해당 지역 상인들에게 '상생' 명목으로 건넨 지원금이 논란이 되면서다. 상생기금은 대형 유통기업들이 출점시 지역 상인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뒷돈'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또 지역 상인들의 생계를 위한 반대조차 순수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상생기금이 대ㆍ중소기업 협력을 위해 도입된 '사업조정제도'를 변질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의 출점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상인들은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1961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2008년 유통 대기업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중소상인들의 사업영역 보호를 위한 정책으로 본격 활용됐다. 사업조정이 신청되면 유통 대기업과 상인들은 자율적으로 상생방안을 논의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조정심의회를 거쳐 대기업의 사업인수 및 개시를 연기하거나 축소권고가 이뤄진다. 양측간 상생합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 '상생기금'이라고 불리는 합의금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생기금의 부작용이다. 일부 상인들이 상생기금을 개인적으로 챙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달에는 대구 신세계백화점이 전통시장에 지원한 상생발전협력기금을 상인회 간부가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신세계가 대구점을 개점하면서 대구시상인연합회에 총 10억원의 상생발전협력기금을 전달했는데 한 전통시장 상인회 간부들이 소속 시장 몫으로 배분받은 1억5000만원 중 일부를 나눠쓴 혐의를 조사중이다. 상생기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유통 대기업들의 출점비용이 커진 점도 문제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사업조정제도 초기 1억~2억이던 상생기금은 최근 일부지역에선 100억원까지 주고 받았다.
이에 상생기금을 금지하는 법안도 나왔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연말 사업조정을 신청한 중소단체나 대ㆍ중소기업이 사업조정과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한데 이어 지난달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도 이같은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현재 상생기금은 법률로 처벌할수 없으며, 일부 상인이 이를 유용할 경우 횡령 혐의로 처벌한다.
유통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출점이 불가피한 유통업계는 치솟는 상생기금이 부담스럽지만, 이 마저도 금지될 경우 상인들과 합의가 어려워 출점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산업자원통상위원회의 상생법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접수된 사업조정 신청건수 842건 가운데 653건의 조정이 완료됐다. 284건이 신청을 철회했고, 356건은 자율합의했다. 중소기업청이 권고한 경우는 13건에 그쳤다. 국회 검토보고서에도 "현재 자율조정 상생방안으로 시설제공과 시설개선, 경영지원 등이 다양하게 고려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정안과 같이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 제공'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게 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논의 가능한 자율조정 상생방안이 축소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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