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준소세] 준조세에도 순위가 있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국회 및 정부가 기업의 자발적 성금으로 1조원 규모 농어촌상생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히자, 재계에서는 '준조세 줄 세우기' 비판이 일고 있다.
농어촌상생펀드도 결국 삼성이나 현대차 등 재계 선두그룹의 지원액을 가이드라인으로 기업 규모별 성금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수출기업에게 연간 1000억원씩 10년간 자발적으로 모집하고 부족한 부분은 정부가 채운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는 '자발적' 부담으로 읽는다. 당초 추진 예정이던 무역이익공유제(FTA 이익을 떼 농어업을 지원하는 제도)가 철회됐지만 사실상 '기업 품앗이'라는 해석이다.
기업별 부담의 크기는 지난달 이어진 대기업의 청년희망펀드 지원 순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포괄적 위임형식으로 2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데 이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150억원)과 최태원 SK그룹 회장(100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00억원), 구본무 LG그룹 회장(70억원) 등이 지원에 나섰다.
올 연말 성금 금액 순위와도 비슷하다. 삼성은 500억원을, 현대차는 250억원을 기탁했으며 SK와 LG가 120억원씩 기부했다. 이어 포스코 100억원, 롯데 50억원 등을 지원했다.
자발적이라면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지원액 순위가 달라졌겠지만 실상은 재계 순위에 따라 지원액 규모가 정해지는 셈이다. 이는 재계가 비(非)자발적 성금 혹은 준조세를 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편 기획재정부의 '2014년도 부담금 운용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담금 징수 규모는 17조1797억원이다. 지난해 계획액 17조9624억원 보다는 4.3%(7827억원)이 부족하지만 사상 최대치다. 내수 부진에 중국, 유럽 등의 경기 악화에 따라 기업의 투자가 줄은 결과다. 정부는 올해 18조7000억원을 징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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