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후 한 詩] 봄의 정치/고영민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봄이 오는 걸 보면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 온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밤은 짧아지고 낮은 길어졌다
 얼음이 풀린다
 나는 몸을 움츠리지 않고
 떨지도 않고 걷는다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만으로도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을 지나가도 상처가 되지 않는 바람
 따뜻한 눈송이들
 지난겨울의 노인들은 살아남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단단히 감고 있던 꽃눈을
 조금씩 떠 보는 나무들의 눈시울
 찬 시냇물에 거듭 입을 맞추는 고라니
 나의 딸들은
 새 학기를 맞았다
 
[오후 한 詩] 봄의 정치/고영민
AD
원본보기 아이콘


이상한 일이다. 지난겨울이 삼 년, 아니 한 십 년 전처럼 느껴진다. 가까이 지내는 몇몇에게 슬쩍 물어보니 그들 또한 그렇다고들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지난겨울이 정말 있기는 있었나 싶기도 하단다. 비록 대다수 국민의 뜻에 따라 대통령이 파면되고 그래서 세상이 조금은 나아진 듯도 하지만, 그만큼 지난겨울은 차라리 잊어버리고 싶을 만큼 참담했다는 뜻 아닐까. 그래, 지난겨울엔 "바람"조차도 "상처"였다. 그러나 그래도 봄은 온다. 그리고 왔다. "봄이 온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봄이 문득 왔다. 믿어야 한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우리 사는 세상 또한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아름다운 곳으로 차츰차츰 나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그것이 우리가 스스로 일구는 "봄의 정치"일 것이다. 아이들이 그러하듯 우리 또한 이제 "새 학기를 맞았"지 않은가.

채상우 시인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개저씨-뉴진스 완벽 라임”…민희진 힙합 티셔츠 등장 어른들 싸움에도 대박 터진 뉴진스…신곡 '버블검' 500만뷰 돌파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국내이슈

  • "딸 사랑했다"…14년간 이어진 부친과의 법정분쟁 드디어 끝낸 브리트니 공습에 숨진 엄마 배에서 나온 기적의 아기…결국 숨졌다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해외이슈

  • 이재용 회장, 獨 자이스와 '기술 동맹' 논의 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포토] '벌써 여름?'

    #포토PICK

  •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