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신분증 실명확인 하려면 '별도 앱' 설치해야…출시에만 급급, 소비자 편의 '뒷짐'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금융에 기술을 더한 '핀테크(Fin-tech)'가 은행권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지만 첨단 기술 적용이나 소비자 편의와는 동떨어진 '주먹구구식'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당국 성과잔치에 등 떠밀려 기술개발 대신 당장 서비스를 내놓는 것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비(非)대면 실명확인을 통해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각각 내놨다. 인증 방식은 ▲신분증 사본 제출▲영상통화▲기존계좌 활용 등이다. 2015년말 금융위원회가 '금융개혁' 일환으로 22년 만에 금융실명법ㆍ전자금융거래법에 대해 유권해석을 수정, 비대면 실명인증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 준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각 내용을 살펴보면, 신분증 제출 방식의 경우 고객이 직접 자신의 신분증을 촬영해 은행에 전송한 뒤 직원이 이를 확인해 실명확인을 완료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전산 시스템을 통한 자동화가 이뤄지지 않아 지점 방문과 마찬가지로 물리적 대기 시간이 발생하는 셈이다.


아울러 기존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외에 신분증 스캔을 위한 전용 앱을 별도로 다운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영상통화는 말 그대로 고객이 휴대폰으로 창구 직원과 영상통화를 진행하며 자신의 신원을 인증하는 방식이다. 물리적 공간만 떨어져 있을 뿐 실제 휴대폰 화면을 통한 '대면 인증'이나 다름없다. 서비스 제공 시간도 창구 직원의 근무 시간으로만 제한된다.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해 계좌를 개설했다 하더라도, 각 은행마다 30만(인터넷ㆍ자동화기기 기준)~100만원 사이로 거래한도가 제한돼 실활용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대포통장 등을 방지하기 위한 '계좌 사용 목적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좌 사용목적을 밝히고 거래 한도를 늘리기 위해서는 결국 영업점 방문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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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당국이 제시한 인증 방식에는 지문, 홍채인식 등을 활용한 생체인증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실제 이 같은 첨단기술을 적용해 실명확인 인증을 도입한 은행은 한 곳도 없다. 관련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는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탓에 단기간 구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포통장 등 우려로 계좌개설 규제가 점점 더 늘어난 상황에서 이를 당장 비대면으로 모두 전산화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며 "기존 영업채널을 갖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는 전혀 수월한 시스템이 아닌데다 고객 니즈도 아직은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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