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제품에 'KC인증'…영세상인 반발하자 연말까지 유예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국회와 정부의 졸속입법으로 빚어진 '전기용품·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일부 조항의 시행이 연말까지 유예되는 등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졸속입법으로 4개월 만에 통과시켰을 뿐 아니라 영세상인들이 반발하자 뒤늦게 법 시행을 유예하는 미봉책을 썼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22일 영세 상인들의 반발을 산 전안법 일부 조항의 시행을 연말까지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부칙 개정안을 처리한다. 산자위 관계자는 "법의 영향을 받는 시장 주체들이 규제에 힘겨워하고 있다"며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모두 고려해 개정안을 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우선 문제된 조항의 적용을 미루도록 하고, 올해 안에 개정안을 다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27일 시행에 들어간 전안법은 전기용품과 의류·잡화 등 생활용품에 따로 적용되던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한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 수입·유통업자들이 취급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품목별로 20만~3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KC(공급자 적합성 확인)인증을 받도록 돼 있어 업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해외사이트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고 대기업에게만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국회는 의류·잡화 등 생활용품 구매대행업자가 KC인증을 받아 인터넷에 게시·보관하도록 하는 내용 등 문제가 된 6개 조항의 시행을 연말까지 유예하도록 했다. 앞서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도 "구매대행업자 등이 제품 수입시 지게 되는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업계와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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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안법 논란을 일시적으로 덮은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졸속입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전안법은 산업부가 2015년 8월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이다. 법 적용 품목과 사업 주체가 다양해 이해관계가 첨예함에도 불구하고 전안법은 산자위 소위원회 회부 2달여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5년12월31일 본회의에선 투표한 의원 189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회가 급한대로 연말까지 관련 조항 시행을 유예했지만, 연말까지도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병행수입업자, 해외구매대행업자 등은 이달 안에 "전기안전법이 헌법이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안전을 강조하는 큰 방향에 대해선 모두가 동의하지만, 같은 조항을 두고 업역 간 입장이 달라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주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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