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앞세운 영장청구 사유, 정치적 판단 논란…재단 출연 53개 기업, 법의 잣대 차별적용 지적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국가 경제에 미치는 상황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더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전하면서 정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 내용에 대해 재계는 정치적인 잣대가 개입했다고 평가했다.

법과 원칙을 강조했지만 유독 기업인에 대해서만 혹독한 판단을 내리는가 하면, 같은 사안에 대해 기업간 차별을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특검 수사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규철 특검보/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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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적용한 형법상 뇌물 공여 혐의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적용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경제적·실질적으로 이해관계를 같이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최씨 측에 대한 자금 지원이 공무원 직무에 관한 뇌물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에 대해 삼성은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특검이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지원에 '뇌물' 잣대를 적용하면서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도 범죄 혐의를 둘러싼 처벌 위기에 놓였다.


미르·K스포츠재단에는 삼성이 204억원을 출연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128억원), SK(111억원), LG(78억원), 포스코(49억원), 롯데(45억원), 한화(25억원) 등 53개 기업이 774억원을 출연했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은 재단 지원을 뇌물로 봤는데 같은 잣대로 본다면 나머지 53개 기업도 모두 피의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특검은 자의적인 판단을 내렸다. 이규철 특검보는 "재단법인 K와 미르에 대해서 뇌물공여로 보기로 했다"면서도 "(다른 기업의) 입건 범위는 최소한으로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을 제외한 다른 기업 역시 부정청탁 여부 등을 검토하겠지만, 기소 대상은 적절하게 조절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삼성을 수사할 때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더니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특검 스스로 법과 원칙을 위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검이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에 삼성을 올려놓은 꼴"이라며 "굉장히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하지 않았나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크루스테스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힌 뒤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고자 몸을 늘려서 죽였다.


특검은 여론의 흐름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자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일부 언론에 정보를 적당히 흘리면서 여론 전선을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사실관계가 모호하거나 출처불명의 내용이 다양한 각도로 흘러나오면서 논의의 전개 방향을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혹 대상 기업은 이런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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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사실상 여론재판을 통한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검은 자신들이 흘린 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수사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의혹의 시선은 가시지 않고 있다.


서울 동부지검장을 지낸 석동현 변호사는 "특검은 자신이 내세운 목표와 성과에 대한 부담 때문에 무리수를 두고 있는데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과 기업인의 재단 출연 등을 뇌물 구조로 바라보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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