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全 금융사 등기임원중 금융당국·공공기관 출신 71%, 통일대박 녹색금융 등 정권마다 바뀌는 상품도 부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대한민국 금융의 리셋(Reset)은 금융시장의 원칙과 룰을 다시 짜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금융시장이 왜곡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官)의 개입이다. 관은 금융시장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필요할 때 금융산업을 보호하고, 문제가 있을 땐 적절히 규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가지가 균형을 잡지 못하면 폐해가 나타나기도 한다.
관이 금융산업을 보호만 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 계좌이동제, 클라우드 펀딩 같은 금융개혁도 이뤄지기 어렵다. 사실상 '라이선스 산업'인 금융은 관의 보호하에 신규사업자의 시장 진입 없이 온실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그렇다고 규제일변도로 가면 금융사의 혁신이 저해된다. 금융사의 보신주의(保身主義)도 팽배해진다. 전문가들은 "관치가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최소화하고 관이 적절하게 개입해 금융산업의 육성과 감독 사이에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융의 숙제"라고 조언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공직기관에서 전혀 다른 업무를 하다가 낙하산으로 꽂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관료출신 낙하산 자체가 무조건 문제가 아니라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내려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사 지배구조 강화로 이같은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은행들이 이사회 차원에서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하고 주주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해야 인사 문제에 있어서도 관치 논란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낙하산'이 금융사 조직내의 관치의 전형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면 정책금융상품은 금융사 일선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관치의 사례다.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통일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사잇돌 대출'이 그 예. 이들 상품은 한때 시중은행이 앞다퉈 출시했지만 지금은 사라졌거나 있다해도 실적이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초기 내놓은 통일대박 금융상품중 일부는 판매가 중단했다. MB정권 시절 나온 녹색금융상품들과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셈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금융상품을 출시에 반강제적 드라이브를 걸고 은행은 울며겨자먹기로 이를 따르는 관행은 은행 일선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라면서 "관에 눈치보는 으행들이 실적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암암리에 '꺾기'도 이뤄지는데 이는 결국 금융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