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100일]자구책 모색하는 클래식 공연계, '영란티켓' 승부수
메이저 공연 기획사 '빈체로', 2~3층 객석 7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조정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공연계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김영란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클래식, 뮤지컬 등의 공연은 한 해 라인업을 미리 짜놓기 때문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처음 시행된 지난해 9월보다 올해 미치는 여파가 더 클 전망이다. 공연 관계자들은 "지난해 기업 협찬은 이미 전년도에 결정된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올해는 지속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 후원 의존도가 높은 클래식 공연계는 활로 모색에 나선 상황이다. 클래식 공연계는 지금까지 유료 관객의 50% 이상을 기업 협찬 등에 의존해왔다. 기업들이 협찬금의 일부를 공연 초대권으로 되돌려 받는 형식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특히 카드 및 은행사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은 이렇게 받은 공연 티켓을 고객 마케팅 및 '접대용'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티켓 값이 김영란법 선물 상한액(5만원)을 넘는 공연이 많기 때문에 기업들이 아예 협찬 자체를 꺼리며 지갑을 닫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대한 권익위의 정확한 유권 해석도 나오지 않아 자체적으로 몸 사리기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한국메세나협회가 최근 청탁금지법 시행이 예술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1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기업의 문화 예술 지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64%에 이르렀다. 많은 기업들이 올해 메세나 지출 금액을 적게는 전년 대비 10%에서 많게는 50%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상태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출 유형으로는 문화 접대가 31.6%, 협찬이 21.8%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기획사는 김영란법에 맞추기 위해 티켓가격을 5만원 이하로 내리는 이른바 '영란티켓'을 내놓기도 했다. 클래식 공연 기획사 빈체로가 지난 달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마리스 얀손스&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공연(12월4~5일)에서 2층과 3층 전체를 C석으로 조정하고 티켓 가격을 7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낮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사람이 함께 관람해도 법이 정한 허용가격(5만원)을 넘지 않도록 조정한 것이다. 지난 달 17일 개막한 연극 '인간' 역시 '영란티켓'을 판매 중이다. 제작사는 원래 보통 연극 티켓 가격인 5만원에서 1000원을 내린 4만9000원짜리 티켓을 선보여 선물용으로도 적합하게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기업 후원이 줄면서 유료 관객 매출을 높이기 위한 시도도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올해부터 합창석 티켓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1만~3만원 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모은 합창석 좌석을 오픈하지 않고, 공연이 매진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만 유동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예년에 비해 올해 공연 횟수가 대폭 늘어난 까닭도 있다. 서울시향은 차기 상임 지휘자를 물색하기 위해 여러 명의 객원 지휘자들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은 지난해 보다 14회 늘어나 39회가 됐다.
서울시향은 "이번 합창석 운영 방침은 티켓 판매 실적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관객들을 우선적으로 객석으로 유도를 하려는 상황이다. 하지만 클래식 공연의 저변 확대를 위해 1만원으로 시작하는 저가 티켓은 여전히 판매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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