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이 지난해 삼성 꽃가마 태웠나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비선실세 지원과 맞바꿔 권력형 수혜를 입은 것은 아닌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입증에 초반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검은 22일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특검은 공식 수사개시 첫날인 전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실 및 산하 국민연금 정책과·재정과 사무실, 관련자 주거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박 대통령이 부정 청탁의 대가로 최순실(구속기소)씨에게 이익을 안겨줬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 국민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이 손실을 자초했다는 배임 혐의 등이 적시됐다.
경영승계 관련 이재용 부회장의 최대 난제는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직접 보유 지분이 84만403주에 불과해 지분율(0.6%)이 100분의1도 못 미치는 데 있다. 이에 2014년 말 기준 삼성전자 주식 1062만여주(7.21%)를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지켜내고, 597만여주(4.06%)를 쥔 삼성물산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경영승계 구도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삼성물산 지분이 전무했던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합병 성사 이후 실질적 지주사로 자리매김한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됐다. 자칫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60%를 토해내도록 할 뻔 했던 보험업법 개정도 결국 19대 국회에서는 물 건너갔다.
작년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에 오른 삼성은 5월 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계획을 발표했다. ‘캐스팅보트’로 주목받던 국민연금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7월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 등 내부인사만 참여한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합병 승인 임시 주주총회 일주일 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과 독대했다.
8월 삼성은 최순실 소유 독일법인과 승마선수 지원 명목 컨설팅 계약을 맺은 뒤, 9월 승마협회를 앞세워 257억원 규모 지원계획을 발표하고 다음달까지 78억여원을 집행했다. 특검은 이 계약이 실상 박 대통령을 겨냥해 최순실·정유라 모녀를 경유한 맞춤형 뇌물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승마협회를 통해 합병 이전 6월부터 지원 계획을 세운 정황도 제기되며 대가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에 차례로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총 204억원을 댄 삼성은 최씨 조카 장시호(구속기소)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올 2월까지 2차례 총 16억여원을 후원했다.
야당이 추진한 보험업법 개정도 금융당국 옹호에 흐지부지됐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 자산운용비율 산정시 보유 주식 소유금액 평가기준을 시가로 하는 개정안을 2014년 4월 발의했다. 다른 업권과 달리 유독 보험만 평가기준을 취득원가로, 법 개정시 자산 처분이 강제되는 대상도 삼성생명으로 유일해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린다.
계열사 보유 주식 한도는 총자산의 3%, 올해 3분기 말 기준 총자산 262조원대인 삼성생명은 8조원 남짓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이달 21일 종가기준 19조1741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현행 보험업법상 지분가치가 고작 5690억원대로 평가된 결과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유 주식의 60% 남짓 처분해야 해 삼성전자 지분율이 3%전후로 급락, 외부유출을 막으려면 10조원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2014년 말에야 소관 상임위원회 정무위의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간 개정안은 올해 2월까지 9차례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3차례에 그쳤다.
작년 3월 취임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 달 뒤 국회에서 “장기 투자를 해야하는 (보험)업종의 특성상 현행대로 시가가 아니라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준을 바꾸면 법적 안정성이 완전히 해이해져 주가가 움직일 때마다 막 자산을 처분해야 되고 다시 사들이고 이런 아주 굉장히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후 7월 회의에선 정찬우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 출석해 같은 입장을 되풀이 했다. 모든 업권에 대해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일본을 예시로 들며 “다른 나라 다 그렇게 하고 있다”만 수차례 반복했다. 다만 11월 회의에서 정 부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업권은 다 시가”라면서, 법 개정시 자산 처분 강제대상이 삼성뿐이냐는 의원 질의에 “그렇다”고 시인했다.
당시 김기식 전 의원은 “이재용 씨의 지배권을 위해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지켜 주기 위해 정부·국회가 특혜를 주고 있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성토했지만 결국 개정안은 임기만료 폐기돼 이종걸 의원이 올 6월 20대 국회에 다시 발의했다.
특검은 최씨 일가에 대한 특혜지원이 그룹 수뇌부 차원에서 보고·논의된 것으로 보고 이재용 부회장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이미 검찰이 한 차례 물증을 훑고 간 국민연금, 복지부 등이 특검 추가 압수수색 대상에 오르면서, 삼성 역시 그룹 미래전략실 등에 이어 이 부회장의 집무실 압수수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 자체도 수사대상에 올랐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합병에 찬성하면서 3500억원의 손해가 있다고 사전계산이 됐고, 사후적으로도 시점에 따라 다르지만 8000억원 이상 손해가 났다는 결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적인 의사결정의 왜곡에 청와대 등 외압이 드러나면 칼날은 박 대통령 목전을 향하게 된다.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국민연금·복지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초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며 현 정부 마지막 ‘경제 사령탑’이 될 뻔 했으나 박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가결로 권한행사가 정지되며 제자리걸음 중이다. 올 10월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옮긴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에 이은 거래소 지주사 전환 무산으로 궁지에 몰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특혜상장 논란 관련 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에 불려나갈 뻔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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