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세밑풍경]쇼핑 대신 촛불…소비, 최악 한파 덮쳤다
백화점 겨울 정기세일 6년만에 첫 마이너스 매출
정치 불안에 부동산 거래 실종
서울 아파트·전세·분양권 거래량 44.7% 감소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주상돈 기자]대통령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 속에 국정이 멈춰 선 이후 각종 경기지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기업들의 경기도 악화하고 있지만 특히 서민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 소비자들의 지갑은 닫히고 서민의 가장 큰 자산인 부동산 가격은 하락 중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선 유통업계는 소극적 소비 속에 최악의 겨울한파를 맞았다. 마지막 정기세일로 매출 확대를 노리던 백화점들은 참담한 실적을 거뒀다.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겨울 정기세일에 나섰는데 2011년 이후 6년 만에 전년 대비 첫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0.7%, 현대백화점 -1.2%로 집계됐다.
특히 촛불집회 등의 영향을 직접 받은 서울 도심 백화점의 영업 위축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지난달 26일 촛불집회가 열린 날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의 매출은 세일 기간임에도 작년 같은 세일 시점보다 11.1% 급감했다. 신세계 중구 본점 매출도 5.5% 줄었다. 유통업계에서 연말을 최대 대목으로 꼽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그만큼 위축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1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서는 소비자심리지수가 95.8로 지난달보다 6.1포인트 급락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 이후 최저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 추위가 예고돼 방한의류 등이 다소 팔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구매가 늘지 않았다"면서 "소비심리 위축이 판매에 가장 큰 걸림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도 얼어붙기는 매한가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와 그동안 잇따라 발표된 규제책 탓에 이미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까지 통과되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일까지 서울에선 아파트 2644가구가 매매 거래됐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해 보면 204.4가구로 전달 379.5가구(총 1만1114가구)보다 35.1% 줄었다. 통상 가을 이사철 성수기가 끝나는 12월이 되면 매매 거래량이 줄어든다. 지난해에도 11월 일평균 328.6건에서 262.7건으로 20.0%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감소폭은 이보다 15.1%포인트 가파르다. 이달 거래량과 전년 12월을 비교해 봐도 21.5% 줄어든 수치다. 거래량 감소가 계절적 요인 탓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전월세 거래량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1월 일평균 353.3건에서 이달 287.2건으로 18.7% 줄었다. 월세도 같은 기간 164.5건에서 136.4건으로 17.1% 감소했다.
분양권 거래도 마찬가지. 서울 아파트 하루 평균 분양권 거래량은 지난달 14.8건에서 8.2건으로 44.7% 급락했다. 특히 11ㆍ3 부동산 대책으로 분양권 거래가 전면 금지된 강남 4구 중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53.4%, 49.8% 감소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탄핵 정국은 부동산시장 입장에선 '우는 아이 뺨 때린 격'이 됐다"며 "정국 불안은 향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예상할 수 없게 해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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