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은 그동안 박 대통령 탄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탄핵 추진 과정에서 여러 차례 불협화음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조의 틀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탄핵'이라는 분명한 목표와 여론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검찰개혁과 재벌개혁 등 상대적으로 유사한 정책 방향을 두고서 공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해법을 두고서는 주도권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동안은 민주당은 탄핵안 가결에 초점을 뒀던데 비해, 국민의당은 탄핵안 가결 이전에 총리와 경제부총리 교체 문제를 매듭짓자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런 정국 대응의 차이는 이후 갈등으로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민의당이 경제부총리에 대한 결정권을 민주당에 사실상 백지 위임하는 등 협력 가능성도 미세하게 점쳐진다.
새누리당은 주류와 비주류가 박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분당 직전의 위기를 겪고 있다. 당 지도부 역시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모두 사의를 밝힌 상황이다. 야당으로서는 누구와 협상을 해야 하는지부터가 문제다.
그동안 야당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의 협상을 거부했다. 이같은 기조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새누리당에) 친박 원내대표가 들어서면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대표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야당과 정부의 관계는 12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대정부질문을 통해 국정운영 주도권이 국회에 있음을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로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야당과 각각의 대선후보와의 관계 설정도 문제다. 야당의 대표적인 차기 대선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등은 촛불민심 잡기 등 의제설정 경쟁에 나섰다. 이들 대선 주자의 발언은 소속 정당의 노선에 대한 일종의 지침 역할을 해 논란이 되어왔다.
예를 들어 안 전 대표는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제부총리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했다. 그는 경제부총리 문제를 이제라도 서둘러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당에서 적합한 경제부총리를 추천하면, 정말로 다른 문제가 없다면 국민의당은 그 뜻을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아닌 안 전 대표가 이런 사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것은 단적으로 정당의 대선후보와 당 사이의 의사결정 구조가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여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민주당도 그동안 탄핵정국에서 주요 고비마다 문 전 대표의 생각이 반영되는 양상을 보였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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