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여성칼럼] 나에 대해서만큼은 ‘무조건' 사랑을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김수영 작가·강연가

김수영 작가·강연가

원본보기 아이콘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특급사랑이야~”

이 노래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곡, 박상철의 ‘무조건’입니다. 리듬이 신나기도 하지만 저는 이 구절이 바로 진리라고 생각해요. 진짜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니까요.
사랑 때문에 아팠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13개월동안 22개국을 돌아다니면서 108개의 러브스토리를 수집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랑의 두 가지 방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서’ 사랑에 빠집니다. 그 사람이 매력적이고, 나에게 잘해주고, 내가 원하는 삶을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 같고… 누구나 장단점이 있지만 그때는 장점만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사랑을 하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람의 단점이 눈에 들어오고 장점이었던 부분들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고, 내게 잘해주지도 않고, 현실은 이상과 다릅니다. ‘그래서’ 화가 나고 그 사람이 미워집니다. 결국 ‘그래서’ 헤어집니다.
[여성칼럼] 나에 대해서만큼은 ‘무조건' 사랑을 원본보기 아이콘

반대로 사랑을 지속시키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 역시 처음에는 ‘그래서’ 사랑에 빠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커진 상대방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난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 하고 아무리 작은 장점이라도 열심히 찾아내서 칭찬해 줍니다. 이들에게 사랑이란 ‘빠지는’ 행위가 아닌 ‘하는’ 능동적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사랑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는 걸까요? 저는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따라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 마음 속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담아둔 일종의 ‘사랑탱크’가 있다고 치면 이 탱크가 바닥을 치고 있는 사람은 타인의 사랑을 얻어 탱크를 채우려고 합니다. 연인이나 배우자, 가족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받으려고 부단한 노력을 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를 쓰고, 그들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휘둘리도 합니다. 아프거나 힘든 상황을 털어놓으며 동정을 구하려고도 하죠. 하지만 그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허탈하고 화가 납니다.

반대로 내 마음속 사랑탱크가 꽉 채워져 있는 사람은 어떨까요? 혼자 있어도 행복하고 남들과 함께 있어도 행복합니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마음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남들에게 넘쳐나는 사랑을 나눠주지만 그들이 보답하지 않아도, 고마워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이미 내 마음이 충만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 사랑탱크를 어떻게 하면 채울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바로 나를 ‘무조건’ 사랑하는 겁니다. 소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조건부 사랑을 해요. 즉 스스로에게도 조건을 들이대며 조건이 충족되면 ‘그래서’ 사랑하고 그렇지 못하면 ‘그래서’ 사랑을 뺏습니다. 내가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가고, 돈을 많이 벌고, 외모가 수려하면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갖지만 뭐 하나라도 빠지면 스스로를 못났다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서류탈락을 했으니 나는 20점짜리 존재이고, 오늘은 대기업에 합격했으니 100점짜리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원짜리 지폐가 진흙탕에 떨어진다고 천원이 되는거 아니고 반대로 보석함에 담아뒀다고 백만원 되는 거 아니에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사람이고 ‘나’라는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원하는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기도 하지만 아무리 바닥을 쳐도 나는 여전히 존귀한 사람입니다. 내가 어떠한 상태에 있든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아껴주고 사랑해줄 때 우리는 빛이 납니다. 인생이 충만해집니다. 마음이 단단해집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사랑이 특급 사랑입니다.

김수영 작가


AD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