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도둑은 따로 있는데…청렴사회 만든다면서 서민경제만 망쳤다" 토로
청탁금지법 시행 한달, 외식업자 68.5%가 매출 감소…휴폐업을 고려하는 곳도 29% 달해

여의도역 인근의 한 일식전문점은 한때 8개의 별실이 가득 찰 정도였지만 청탁금지법 합헌 결정 이후부터 예약이 급감했다.

여의도역 인근의 한 일식전문점은 한때 8개의 별실이 가득 찰 정도였지만 청탁금지법 합헌 결정 이후부터 예약이 급감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1원도 안 된다.'
대가성이면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주지도 말고 받지도 않아야한다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생겨났지만, 시행된 지 50일도 채 되지 않아 '청렴'이라는 명분에 힘이 빠지고 있다.


'깨끗한 대한민국'을 강조하면서 공무원은 물론 언론인, 교직원들과 이들의 배우자까지 청탁금지법 대상자로 포함해 대대적인 변혁을 예고했지만,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으로 가장 청렴을 내세워야했던 고위직 인사들의 뇌물을 통한 정경유착 민낯이 고스란히 공개됐기 때문이다.

16일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세부 내용과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에 있어서는 많은 이견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청탁금지법을 시행한 건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사회 만들자'는 모두의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 '큰 도둑은 따로 있는데 3만원짜리 밥이 대수냐'는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에서 외식업체들만 매출이 반토막 나는 등 결과론적으로 '청렴사회'도 만들지 못하고 서민경제만 죽여놨다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지난 8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청탁금지법의 근본정신은 단단하게 지켜나가면서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지금 정부에 주어진 중요한 책무"라면서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부정부패가 없는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관해서는 "과도기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 사회의 오랜 부패 관행을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한 결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파문을 계기로 정작 청렴하지 못했던 측근의 비리가 낱낱이 공개되면서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금은 10만원 미만으로 제한한 청탁금지법의 시행이 무색하게 됐다. 이에 따라 법의 실효성은 거두지도 못하고 외식산업만 망쳐놨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청탁금지법 시행 한달을 맞아 실시한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운영자의 68.5%가 지난 한달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들 업체의 평균 매출감소율은 36.4%였다.


객단가(1인당 식사비)를 기준으로 청탁금지법 기준한도인 3만원을 넘는 중·고가 식당의 경우 대부분이 매출이 감소했다. 3만원 이상 5만원미만 식당은 86.2%, 5만원이상 식당 83.3%가 매출이 떨어졌다. 특히 5만원 이상 식당의 경우 54.8%의 매출 손실을 봤다.

AD

반면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3만원 이하 식당으로 손님이 몰릴 것이라는 이른바 '낙수효과'는 미미했다. 객단가 3만원 미만 식당 가운데 2.1%만 매출 증가를 보였다. 3만원 이하 식당의 65%는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특히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매출감소로 휴폐업을 고려하는 외식업체도 29.4%에 달했다.


연구원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외식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는 관련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작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보다 더 심각한 대량 휴폐업 악몽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