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글로벌 장기불황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체코·슬로바키아·루마니아 등 동유럽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기계 등 제조업 중심 중소기업들은 동유럽 기업과 연이어 수주 계약을 맺고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동유럽 국가 진출에 나서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동유럽에 기업과 자본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아우디 등 글로벌기업들이 연구소와 공장을 동유럽으로 옮겼거나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 기계산업진흥회 등 중소기업 관련 기관들의 판로지원도 동유럽 시장 개척에 힘이 됐다. 중진공은 지난달 10일 동유럽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루마니아 투자진출 설명회'를 열었고 중기중앙회는 지난 9월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에 시장개척단을 파견했다.
시장개척단과 함께 동행한 알루미늄 절단기 생산 업체 '씨아이테크'는 체코에서 열린 기계박람회에서 1만 달러(약 1139만원)규모의 판매 계약을 맺었다. 씨아이테크 관계자는 "이번 판매 규모는 적었지만 동유럽 시장 진출에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제 박람회 등에 지속적으로 참가해 동유럽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루마니아와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에서 연구개발(R&D)팀을 이끌 수 있는 인력과 경영간부들을 찾고 있다. 영국에 유럽 본부를 뒀던 글로벌 기업들이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의 유지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디언은 유럽시장 접근과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도 동유럽에서 더 용이하다고 봤다.
국내 대기업들은 2000년대 초반 동유럽에 생산공장을 열고 인프라를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1989년 헝가리, 2007년 슬로바키아에 TV 생산공장을 지었다. 기아차는 2004년 자사 해외공장 중 가장 큰 자동차 생산기지를 슬로바키아에 설립했고 현대차는 2006년 체코에 유럽 생산법인을 세워 운영 중이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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