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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1288명 구속시킨 '66시간 50분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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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현 '시간의눈' - 제5공화국의 대표적인 공안 탄압 사건, 건대항쟁 30주년

서울시 광진구의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경영관 앞에는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동상이 하나 있다. 한때 학생들은 이 동상의 본래 명칭보다는 등을 맞대고 손을 든 모양만으로 '테크노 동상'이라고 불렀다. 테크노댄스가 한참 유행이던 1990년대 얘기다. 이때 이 동상을 가벼이 테크노와 접목했던 이들도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됐다. 이제 이 동상은 어떻게 불리고 있을까.

이 동상은 명칭은 '10.28 건대항쟁 기림상'이다. 지금 건대 학생들에게도 생경한 10.28 건대항쟁, 이 잊힌 역사의 기록이 28일 30주년을 맞았다. 제5공화국 시절 대표적인 공안 탄압이었던 '10·28 건대항쟁'은 단일 사건으로 역사상 최다인 1288명 구속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검찰은 398명을 기소했는데 역시 최다 기록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30년 전 이곳에서는 벌어진 일들을 살펴봤다.
1986년 10월 28일 건대항쟁 당시 학생들이 행진하고 있다.(사진 건대신문 제공=연합뉴스)

1986년 10월 28일 건대항쟁 당시 학생들이 행진하고 있다.(사진 건대신문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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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항쟁은 1986년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66시간 50분 동안 전개된 학생 민주화운동이다. 이날 전국 26개 대학 2000여명의 학생들이 건대에 모여 반독재 시위를 벌였다. 서슬 퍼렇던 전두환 정권 시절 전국에서 민주화를 요구가 빗발치던 때였다. 학생들이 건대에 모인 것은 학생운동의 구심점이 될 '전국 반외세 반독재 애국학생투쟁연합(애학투련)'의 결성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목적은 분산된 역량을 모아 전국적으로 민주화 운동을 확산시켜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국은 집회에 대한 정보를 사전 입수, 오전 7시부터 경찰을 배치했지만 학교로 모여드는 학생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학생운동 세력을 일망타진 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전국에서 모인 2000여 명의 학생들이 집회를 시작하자 진압이 시작됐다. 1500명의 경찰 병력이 학교로 밀려들자 학생들은 본관, 사회과학관(현재 경영관), 중앙도서관(현재 언어교육원) 등으로 분산됐다. 건물에 고립된 학생들은 31일 오전까지 나흘 동안 농성을 이어갔지만 경찰은 마지막 날 헬기와 8000여명의 진압 병력을 동원해 학생들 전원을 연행했다. 연행된 학생들 중 1288명은 공산혁명분자로 몰려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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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시간 50분 동안 이어진 학생들의 점거농성은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들은 때 이른 추위에 떨어야 했고 기본적인 음식물도 부족해 각 건물을 줄로 이어 빵 등을 공수해야했다. 주된 요구 중 하나는 '안전귀가보장'이었다. 당시 정권은 이들의 집회를 '공산혁명분자 건국대 점거난동사건'으로 꾸몄다. 눈에 가시였던 학생운동 세력을 일거에 제거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구속된 충격은 민주화 운동 세력의 각성을 가져왔고 19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고 평가받고 있다.
건대항쟁의 역사적 의의를 찾아가는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10·28 건대항쟁 계승사업회'는 30주년을 맞아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와 함께 당시 연행되거나 구속 혹은 기소됐던 이들을 찾고 있다고 한다. 유죄 선고를 받은 이들의 공식적인 명예회복을 위해 법원에 재심도 청구할 계획이다. 공산혁명분자로 몰린 불명예를 바로잡기 위해 당국이 학생들을 건물에 몰아넣고 농성을 유도한 정황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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