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주 유엔 대사
모든 형태의 폭력 근절, 법의 지배, 책임 있고 포용적인 제도 구축, 부패와 뇌물 척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탓에 아무래도 민주적 법치가 확립되지 않은 개도국들이 협상 과정에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SDG가 본격 이행되면서 오히려 많은 개도국들이 16번 목표를 적극 지지하고 모범 사례를 참고하기 위해 열성을 보이고 있다. 현재 193개 유엔 회원국 중에 120여 개국이 민주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등 민주주의 확산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첫째, 경제·사회적 발전과정에서 어떤 단계에 가면 민주적 통치 없이는 더 이상의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놓고 경제성장이 먼저 돼야만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해석하는데, 그보다는 단순한 양적 성장을 넘어 종합적인 경제·사회 발전 단계로 들어가려면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인적 자원과 교육의 중요성이다. 우리가 초기 경제성장을 이룬 후에 민주화와 국가발전을 함께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가난할 때도 모든 사람이 자녀의 교육에 우선순위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에도 취학아동 비율이 90%가 넘었고, 곧 이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까지 갔다. 교육을 받은 인적 자원이 포괄적인 국가 발전이나 민주주의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는 일이다.
16번째 개발목표는 합의하기가 가장 어려웠을 뿐 아니라 이행하기도 가장 어렵다고 봐야할 것 같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믿기는 쉽지 않다. 16번 목표는 어쩌면 다른 모든 개발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지도 모른다. 평화와 정의를 바라는 우리 인류의 염원을 세계의 발전목표 어딘가에는 담아놓고 싶은 마음의 발현인지도 모른다.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부러움의 대상인 우리로서는 더욱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과제인 것 같다.
오준 주 유엔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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