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뷰앤비전]16번째 개발목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오준 주 유엔 대사

오준 주(駐)유엔 대사.

오준 주(駐)유엔 대사.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해 9월 유엔 특별정상회의에서 채택돼 15년간 전 세계가 추구하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는 17개의 목표로 구성돼 있다. 그 중 16번째는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와 모두에게 정의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줄여서 '평화와 정의'라고 부르는 이 목표는 협상과정에서 합의가 가장 어려웠다. SDG는 기본적으로 경제·사회적 발전을 위한 목표이지만,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 즉 민주적 법치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지 않고서는 발전도 어렵다는 고려에서 새로이 도입된 목표다. 실제로 수십 년간 원조를 받아온 개도국에서 원조액의 상당 부분이 독재자의 비밀 구좌로 들어갔다든지 부패한 관리들이 개발에 사용될 자금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든지 하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다.

모든 형태의 폭력 근절, 법의 지배, 책임 있고 포용적인 제도 구축, 부패와 뇌물 척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탓에 아무래도 민주적 법치가 확립되지 않은 개도국들이 협상 과정에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SDG가 본격 이행되면서 오히려 많은 개도국들이 16번 목표를 적극 지지하고 모범 사례를 참고하기 위해 열성을 보이고 있다. 현재 193개 유엔 회원국 중에 120여 개국이 민주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등 민주주의 확산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필자는 최근 유엔에서 16번 목표에 관한 특별회의에 참석했다. 우리나라가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몇 안 되는 좋은 사례라는 점에서 사회자는 한국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공유해 달라고 했다. 조금 생각해 보고 다음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 경제·사회적 발전과정에서 어떤 단계에 가면 민주적 통치 없이는 더 이상의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놓고 경제성장이 먼저 돼야만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해석하는데, 그보다는 단순한 양적 성장을 넘어 종합적인 경제·사회 발전 단계로 들어가려면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인적 자원과 교육의 중요성이다. 우리가 초기 경제성장을 이룬 후에 민주화와 국가발전을 함께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가난할 때도 모든 사람이 자녀의 교육에 우선순위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에도 취학아동 비율이 90%가 넘었고, 곧 이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까지 갔다. 교육을 받은 인적 자원이 포괄적인 국가 발전이나 민주주의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는 일이다.
셋째, 어떤 국가나 사회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의 국가발전과 민주화가 하룻밤에 이뤄진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이 걸렸듯이, 세계 모든 나라들은 경제·사회 발전과 민주화의 도상에 어디엔가 위치하고 있다. 남보다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국가나 사회도 당연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투명하고 책임 있는 관료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부패가 척결된 것이 아니며 그래서 최근 새로운 반부패법(김영란법)도 도입됐다. 민주적이고 선진화된 사회를 추구하는 데 있어 100% 목표를 달성한 국가는 있을 수 없으므로, 서로에 대한 평가와 지적을 부담스러워하기보다는 환영하고 장려해야 할 것이다.

16번째 개발목표는 합의하기가 가장 어려웠을 뿐 아니라 이행하기도 가장 어렵다고 봐야할 것 같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믿기는 쉽지 않다. 16번 목표는 어쩌면 다른 모든 개발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지도 모른다. 평화와 정의를 바라는 우리 인류의 염원을 세계의 발전목표 어딘가에는 담아놓고 싶은 마음의 발현인지도 모른다.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부러움의 대상인 우리로서는 더욱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과제인 것 같다.

오준 주 유엔 대사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25일만에 사의…윤 대통령 재가할 듯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국내이슈

  • "애플, 5월초 아이패드 신제품 선보인다…18개월 만"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해외이슈

  • 올봄 최악 황사 덮쳤다…주말까지 마스크 필수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포토PICK

  • 첨단사양 빼곡…벤츠 SUV 눈길 끄는 이유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국가 신뢰도 높이는 선진국채클럽 ‘WGBI’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