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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추억]'야욕이 깃든 땅' 水西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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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서울 강남구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부자로 꼽히지만, 그 안에서도 지역별로 나뉜다는 우습지 않은 우스갯소리가 있다. 경계는 테헤란로와 양재대로 정도다. 가장 윗 쪽엔 원래부터 부자인 사람이 살고 가운데엔 자수성가한 부자가 모여 산다고 한다.

맨 아래쪽에는 같은 강남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나 여전히 개발의 손길이 덜 탄 녹지로 둘러싸인 곳이다. 수서동과 일원동 일대는 과거 1990년대부터 이미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땅'으로 꼽혔는데 이는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만큼 개발이 더디단 얘기다. 앞으론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수서발 고속철도가 연내 개통을 앞둔데다 구룡마을ㆍ달터공원 등 지역 내 무허가촌에 대한 개발계획이 윤곽이 잡힌 만큼 앞으로 속도를 높일 만한 여건이 하나둘 마련되고 있다. 인근 위례쪽으로 인구 유입이 늘어나는 가운데 삼성역 일대 서울 동남권 개발이 본궤도 오를 경우 간접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인근 대모산·구룡산은 요즘 도심에선 보기 힘든 녹지로 남아 있어 쾌적한 주거공간을 원하는 이들이 손에 꼽는 지역이 됐다.

강남개발은 지배계층의 야욕이 서려 있는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이다.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의 책 '서울도시계획이야기'를 보면 대통령 선거자금을 준비하기 위해 강남의 땅을 사고팔아 이익을 남겼다는 대목이 있다. 당시 서울시장과 간부들이 청와대의 지시로 강남 일대를 헬리콥터로 둘러본 후 가장 투자가치가 있는 곳을 사 모았다. 그 대상이 바로 탄천을 경계로 한 서쪽 지역, 지금의 강남구 일대다. 수서(水西)라는 지명 역시 강의 서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60, 70년대 이뤄진 인위적인 강남 띄우기 이후 꾸준히 진행되던 탄천 서쪽 일대 개발은 노태우 정부 때 불거진 수서택지분양 특혜사건, 이른바 수서비리로 주춤한다. 수서동과 대치동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당초 공공용지로 지정돼 있던 부지를 특정 조합에 몰아줘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다.
수서비리는 정태수 당시 한보그룹 회장을 비롯해 청와대 등 중앙정부와 서울시 공무원, 국회의원과 언론인 등이 다수 얽혀 민심을 크게 흔든 권력형 부패스캔들로 꼽힌다. 정 회장에게 강남은 '기회의 땅'이었다. 수서비리에 앞서, 회사를 세운 뒤 몇 년 만에 지은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정 회장을 대기업 총수이자 권력의 중심부에 서게 했다. 다음 정권 들어 더 큰 비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걸 보면 이 때 죗값을 제대로 치르진 않은듯하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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