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철도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유기적인 체계를 갖춰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해야만 안전하게 운행될 수 있는 하나의 종합시스템이 됐다. 철도시스템의 한 분야에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대형 철도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철도 분야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이번 철도파업이 걱정되는 것이 바로 철도안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력인 기관사, 철도차량 정비사, 철도시설 유지보수인력 등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도 파업, 특히, 파업의 장기화가 철도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것은 추측이 아니라 과거 철도파업의 사례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철도파업은 철도노조가 수서고속철도 법인(㈜SR) 설립을 반대하며 벌인 2013년 철도파업이다. 이 철도파업은 12월9일부터 31일까지 23일간 계속된 최장기 철도파업으로 이 시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열차 탈선사고 등 열차사고가 집중 발생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철도사고보고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기간 탈선사고가 총 4건 발생했다. 파업 4일 차인 12월12일에 중앙선에서 화물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바로 다음 날 경원선 이문차량기지 구내에서 전동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다시 3일 뒤 경의선 수색역 구내에서 새마을호 열차가 탈선했고, 파업 종료 하루 전인 30일에는 경부선 오산~송탄 역 사이에서 화물열차 탈선사고가 생겼다. 이러한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대체 근무자로 투입된 수송원에 대한 교육 미흡, 파업에 따른 차륜 검사 소홀 등이 지적됐다. 파업이 종료되고 약 한 달이 지난 2월 2일에 경부선 직산~두정역 사이에서 발생한 새마을호 열차 탈선사고도 파업 기간 중 철도차량에 대한 점검·정비를 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김시곤 대중교통포럼 회장(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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