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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공간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다

최종수정 2016.09.15 11:55 기사입력 2016.09.1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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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 교육 전시 '공간의 발견'

장성은의 '비스콘티 길'

장성은의 '비스콘티 길'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장성은 작가는 비스콘티 골목에 사람들을 모았다. 길의 너비를 재기 위해서다. 왼 건물을 향해 일렬종대로 세웠다. 열아홉 명이 공간을 빼곡히 메웠다. 그는 이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 길의 너비를 열아홉 명이라고 정의했다. 2006년 발표한 '비스콘티 길'이다. 일상의 평범한 공간에서 몸을 측정 단위로 삼아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모를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참여하는 이들이 달라지면 너비는 달라진다. 공간에 대한 경험은 이렇듯 상대적이다. 누구와 언제 어떻게 머물렀느냐에 따라 모습과 느낌이 바뀐다.

장 작가의 사진처럼 '공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경기도미술관을 수놓는다. 지난 13일 열린 교육 전시 '공간의 발견'이다. '꿈을 담은 틀' 사업의 일환으로 내년 8월27일까지 진행된다. 윤가혜 학예연구사는 "'공간'을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공간을 사유하는 '사람'과의 관계성으로 그 모든 정의는 유효하다"며 "이번 전시는 공간을 통해 내가 속한 공간,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고 기억하는지를 묻는다"고 했다.
이선민의 '여자의 집 Ⅱ, 이순자의 집 #1 제사풍경'

이선민의 '여자의 집 Ⅱ, 이순자의 집 #1 제사풍경'


시각예술은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몸으로 발견하는 공간'과 '내가 사는 공간', '상상으로 만드는 공간'이다. 몸으로 발견하는 공간은 신체를 매개로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고 발견하기 위한 예술적 시도를 조망한다. 비스콘티 길을 비롯해 이건용 작가가 캔버스를 몸 뒤나 옆에 두고 신체의 흔적을 이용해 완성한 그림 등이 '나'라는 존재가 차지하는 공간과 한계를 묻는다.

내가 사는 공간은 삶의 터전이 되는 공간의 다양한 이야기와 의미를 가리킨다. 박용석 작가의 '서울 부산 모더니즘'이 대표적이다. 도시의 집들을 촬영하고, 각 집의 옥상에 자리한 노랗고 파란 물탱크의 위치만을 흰 화면에 따로 떼어 표시해 기존 도시의 이미지를 점으로 이뤄진 새로운 풍경으로 전복시킨다. 이선민 작가는 '이순자의 집 #1 제사풍경'을 통해 현대가정에 여전히 존재하는 가부장적 문화의 불편함을 드러낸다. 얼핏 제삿날의 풍경을 담담하게 기록한 듯 보이지만, 남자들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방안에 들어가 제사를 지내고 모든 음식 장만을 도맡은 여자들은 방 밖에서 제사를 지켜본다.

전준호의 '하이퍼 리얼리즘'

전준호의 '하이퍼 리얼리즘'


상상으로 만드는 공간은 환영과 가상의 공간을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원성원 작가는 '내일' 시리즈에서 과거의 사건과 기억에 따스함과 희망을 불어넣은 하나의 장면을 구상한다. 여기에 현재의 시공간이 기록된 사진들을 이어 붙여 유쾌한 상상의 세계를 표현한다. 전준호 작가는 북한 화폐를 소재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북한 사회의 흐름을 풍자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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