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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대체 단지, 정부가 조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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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기업 '나인' 이희건 대표의 바람

폐쇄된 지 204일, 빚 눈덩이처럼 커져
"그래도 재개방 희망 안 버려"

이희건 대표(사진=임온유)

이희건 대표(사진=임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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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너희가 통일하러 갔나? 돈 벌러 갔지."
개성공단의 문이 닫힌 지 200일 하고도 나흘째. 정부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뭇 사람들에게서 종종 듣는 말이다. 의류업체 나인의 이희건(60) 대표 역시 그 중 한 사람이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테크노타운에서 만난 이 대표는 "억울한 말"이라고 했다. 그는 "폐쇄는 북한이 아닌 우리 정부의 결단"이라며 "하루하루가 보릿고개인 123개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은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쇄 위험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줄기차게 내세운 세제, 투자 혜택을 믿고 개성공단으로 갔다"며 "정부는 국민의 재산을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인은 1997년 만들어졌다. 주로 큰 속옷 업체에서 원단을 받아와 임가공하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기업으로 일했다. 전주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전북대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스물다섯에 쌍방울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20여년을 일하다 나인을 만들었다. 딸 '나영'이와 '인영'이의 이름을 한 자씩 따 만든, 아빠의 작은 꿈이 담긴 회사였다.
이 대표가 좀 더 큰 꿈을 꾸게 된 건 2008년 10월 개성공단에 입주하면서부터다. 50억원 가까이 투자해 개성공단에 공장을 세웠다. 100여 명의 노동자와 함께 일했다. 꿈이 현실이 돼 갈 무렵인 2013년 4월, 북한이 개성공단을 5개월 동안 폐쇄했다. 이 대표는 "아무런 보상도 없이 생짜로 20억원을 빚지게 됐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 개성공단 폐쇄는 갑작스러웠다. 이 대표는 "설 연휴 마지막 날 가족들과 뉴스를 보는데 철수하라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고 했다. 정부는 이틀 말미를 줬지만 북한이 다음날 추방 명령을 하는 바람에 원단과 부자재를 대부분 두고 왔다고 했다.

이 대표가 개성공단 폐쇄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나인이 맡은 물량을 대신 소화할 업체를 찾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원청과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며 "전주 등 국내뿐 아니라 중국 청도, 베트남 호치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대신 제작해 줄 업체를 찾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다시 멈춘 그 순간부터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대략 50억원. 정부가 유동자산 피해액의 70%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턱 없이 부족했다. 200억원 가까이 되던 매출은 반토막 이상 날아갔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협력업체와 일감을 나누면서 근근이 버티는 중이다.

이 대표는 위기 타개책으로 경기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를 조직해 정부에 대체생산을 위한 복합단지를 조성해달라 요청하고 있다. 그는 "개성공단에 거는 희망 때문에 기업들이 외국에 함부로 나갈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 단지는 생산용으로 쓰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기업의 판매와 홍보, 물류 저장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송악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개성공단의 전경이 사무실 벽면에 걸려 있다. 그는 서쪽 귀퉁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보이진 않지만 여기가 나인"이라고 했다. 개성공단은 이 대표에게 갚아도 갚아도 줄지 않는 빚을 줬지만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이 대표는 "개성공단은 언젠가 다시 열릴 것이고, 그걸 의심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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