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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큰형도 쓰러졌다…자율협약 기업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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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신화 깨지고, 기간산업 보호막도 사라져… 자율협약 기업 자금공급 우려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내달 4일 자율협약 종료를 앞둔 한진해운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기업으로 우려가 확산될 전망이다. 이른바 1등 기업은 어려워도 살아남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가 깨진 데다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일종의 보호막도 사실상 먹혀들지 않은 탓이다.

KDB산업은행, KEB하나은행 등 한진해운 채권단은 30일 회사가 내놓은 자구안은 물론 신규자금을 지원해도 회생 가능성이 낮다며 만장일치로 '지원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자율협약으로 연명해 온 기업은 물론 금융시장의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는 기업은 32개사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의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1973개사 중 602개 세부평가대상 업체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마무리하고 C등급 13개, D등급 19개 등 32개사를 구조조정대상 업체로 확정했다. 중소기업으로 확대하면 그 수는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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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알려진 자율협약을 진행했던 기업은 한진해운을 비롯해 STX,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엔진 등을 비롯해 현대상선, 성동조선해양, TCC동양, 대한전선, 팬오션, 한진중공업 등이다. 이 중 팬오션, 대한전선 등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매각돼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1등 기업 불문, '대마불사' 깨져=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해운 업계 1위 기업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자구안이 미흡하면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구조조정 대원칙을 세웠고,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신청 3개월 만에 이 원칙을 적용했다. 해운 업계 1위 기업도 예외를 두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은 자율협약을 신청해도 수년 동안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을 받으며 살아남았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2013년 4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4조원이 넘는 자금지원으로 연명했으나 결국 올해 5월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대한전선은 2012년 2월부터 약 3년 반 동안 자율협약을 거쳐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인수됐다.

그러나 앞으로 장기간 채권단의 지원으로 연명하다가 정상 기업이 되는 대기업의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지원이 들어갔으나 이번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한진해운에 대한 청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추가 자금지원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자율협약에 들어간 상장사들에 대한 제재도 점차 강화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기간산업 불문… 오너 사재출연에도 'NO'= 한진해운 채권단의 이번 결정은 '기간산업'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회생 가능성이 낮다면 청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해운 업계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청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간산업은 국가 산업의 기반이 되는 산업으로 전력, 정유, 조선, 항공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운 역시 주요 기간산업 중 하나다. 이들 기간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특별대우를 받으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왔다. 특히 해운사의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경제의 특성과 수십 년간 쌓은 글로벌 해운동맹 등을 감안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더라도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기 어려웠다.

오너의 사재 출연을 비롯한 자구책도 미흡하다면 언제든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최대 6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채권단이 원하는 '1조원 이상'과 최소 4000억원 이상 격차를 보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추가 자산매각을 비롯해 지난 4월 경영권을 포기한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 등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내다봤지만 채권단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 업계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도 무작정 돈을 쏟아부을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자구안조차 원하던 수준이 아니어서 지원 불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한진해운과 비슷한 사례에 있는 기업의 경우 앞으로는 과거에 경험칙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율협약 기업 타격 불가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감에 따라 다른 자율협약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 거래일 한진해운의 주가는 장중 30% 가까운 변동 폭을 보이며 급등락했다.

대형증권사 한 연구원은 "대기업이기 때문에 대마불사를 믿고 매수한 투자자가 지원 불가 결정 직후 대거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자율협약에 들어간 상장사 전반에 대한 우려는 커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한진해운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우려가 점차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한계 상황 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며 "한진해운 채권단이 대규모 손실을 본 가운데 비슷한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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