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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여운, 박상영 '긍정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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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되뇌며 불가능한 경기 뒤집은 모습에 국민 힘 얻어
"힘들수록 격려하는 말 했으면"

박상영[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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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21·한국체대)은 단숨에 스타가 되었다.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각종 행사에 참석하느라 훈련 때보다 훨씬 바쁜 일정을 보낸다. 어머니 최명순씨(51)도 아들의 운전기사 역할을 하면서 쉴 새 없이 울리는 축하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종일 꽉 찬 스케줄을 마무리하고 고향인 진주로 내려가는 박상영과 지난 26일 저녁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는 "귀국해서 하루 정도 고향 집에 들렀다가 일주일 만에 다시 가는 길이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정신없지만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박상영이 올림픽을 통해 남긴 메시지는 '긍정'이다. 대다수가 더는 어렵다고 여기던 순간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며 불가능해 보이던 승부를 뒤집고 정상에 오른 장면에 국민이 환호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경기를 보고 나서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고 좋아해주신다"며 웃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5일 올림픽 선수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면서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 많아 지쳐있던 많은 분들이 올림픽을 통해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고 격려했다. 박상영은 결승전에서 경기한 칼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그는 "대통령이 '다음 올림픽 때는 메달을 꼭 따라는 얘기보다 더 즐기라는 말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인사를 했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기 전에 우리나라 청년세대와 마찬가지로 미래를 고민하고 숱한 위기에 직면했던 스물한 살 청년이었다. 리우 올림픽을 1년 5개월 앞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그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그랑프리대회 경기 도중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재활에만 1년 이상이 걸려 주변에서도 다음 올림픽을 기약하라는 얘기를 했다. 그러나 박상영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경기하는 모습과 1등으로 시상대 꼭대기에 오르는 장면을 수없이 상상하며 버텼다"고 했다.
박상영[사진=김현민 기자]

박상영[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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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올림픽을 통해 얻은 경험을 토대로 앞이 보이지 않는 어려움에 봉착한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불리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당연히 든다.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도 없다. 그래도 희망을 품을 때 작은 가능성이라도 열린다. 힘들수록 스스로를 괴롭히고 상처주기보다 격려하는 말을 자신에게 했으면 좋겠다."

박상영은 긍정적인 생각과 말의 힘을 믿으면서 '현재를 즐기라'는 명제에도 충실했다. 올림픽에 가기 전 가장 공들였던 부분이 심리상담이다. 새벽과 오전·오후, 야간으로 이어지는 하루 네 차례 훈련 틈틈이 마음을 다스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스포츠개발원 오원석 박사의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결과에 대한 불안감은 미래이고, 경기에 대한 후회는 과거의 감정이다. 과거와 미래를 잊고 지금 처한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가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고 했다. 더불어 경기에서 마주할 상대보다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해 가장 좋은 전략을 세우는데도 집중했다. 그래서 "후회 없이 준비하고 경기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늘 상상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긴장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가 즐거웠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세계 정상에 선 지금이 훨씬 두렵다고 했다. "내가 지켜온 신념이 변질될까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고나서 곧바로 다음을 준비하는 이유다. "아직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그랜드슬램이라는 목표도 남았다." 그에게 올림픽은 숱한 도전의 한 관문을 넘은데 불과하다. "나는 모든 과정을 성공과 실패라는 단어로 규정하지 않는다. 성장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올림픽 때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고, 삶의 교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확인한 '긍정의 힘'은 더 큰 동력이 될 것이다.

"저도 세상이 아주 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에게는 언젠가 기회가 꼭 올 거라고 믿습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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