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화 인턴기자]


[리우올림픽] 金이 뭐길래, 행복은 메달 순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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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따려했는데 준결승에서 지는 바람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남자 유도대표 곽동한(24·하이원스포츠단)은 동메달을 목에 걸고도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곽동한은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 제2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유도 90㎏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마르쿠스 니만(스웨덴)을 업어치기 한판으로 이겼다. 그는 "준결승 패배 후 마음을 잘 가다듬고 준비해서 3등을 할 수 있었다"면서 "동메달을 따서 감사하다"고 했지만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7일 한국에 첫 메달을 안겨준 정보경(25·안산시청)도 유도 여자 48㎏급 결승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서러운 눈물을 보였다. 한국 여자 유도 선수가 올림픽 결승까지 진출한 것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66㎏급 조민선 이후 20년만이다. 그럼에도 그는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왔는데 은메달을 따서 너무 아쉽다”고 했다.


4년간 준비한 노력을 한 번에 쏟아 붓는 경기.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선수가 원하는 메달의 색은 ‘금(金)’일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행복감은 메달순이 아니라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코넬대학교 심리학과 빅토리아 메드벡과 토마스 밀로비치 연구팀은 19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을 중계한 NBC의 올림픽 자료를 분석했다. 메달리스트들이 게임 종료 순간에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통해 감정을 분석하는 연구였다. 연구팀은 실험관찰자들에게 은메달리스트 스물세 명과 동메달을 딴 선수 열여덟 명의 얼굴표정을 보고 결정적인 순간에 이들의 감정이 ‘비통’에 가까운지 ‘환희’에 가까운지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하게 했다.


연구팀은 1995년 ‘작은 것이 더 클 때: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반사실적 사고와 만족’이라는 논문을 성격 및 사회 심리학저널에 발표했다. 금메달을 딴 선수를 10점 만점 기준으로 했을 때, 연구 결과는 은메달을 딴 선수들의 행복지수가 4.8점,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행복지수는 7.1점이었다. 은메달리스트들은 “거의 할 뻔 했는데(might have been)”라고 금메달과 ‘비교 감정’을 가지면서 아쉬워한 반면에, 동메달리스트들은 4등을 한 선수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2등은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었고 3위에 오른 선수는 자신을 위로한 것이다.


한국은 금메달 우선 순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은메달이 아무리 많아도 금메달 한 개와 같을 수 없고 동메달 여러 개도 은메달 한 개처럼 순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반대로 미국과 캐나다처럼 금, 은, 동을 모두 합한 총 메달수를 집계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도 있다. 어느 쪽 집계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할 수도 없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공식적으로 나라별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극적으로 동메달을 딴 '주부역사' 윤진희(30·경북개발공사) 등 메달 색과 상관없이 감동을 주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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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에 걸린 메달은 모두 2488개다. 브라질 조폐국은 금, 은, 동 모든 메달을 똑같은 크기(지름 85㎜)와 무게(500g)로 만들었다. 최종 성화 봉송 주자인 반데를레이 데 리마(47)가 금메달 대신 동메달을 따고도 웃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무게가 같은 메달을 건 선수들이 결과와 상관없이 행복한 미소를 짓는 장면이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윤화 인턴기자 y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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