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 취한 말들이 삶 속에 흘러가는 풍경
어쩌다 어른이 되었는가. 준비나 자각 없이 어른이 되버린 스스로에 대한 심문이 되기도 하고, 어쩌다 어른 대접을 받게 되었는가, 속은 아직 어른이 되지도 못했는데 남들로부터 어른 대접을 받으니 어리둥절한 기분이 드는 것을 표현한 말이 되기도 한다. 어른이긴 어른이지만 제대로 어른 노릇이나 구실을 하는 건 어쩌다 한번씩 있는 일이라는 핀잔도 숨어있을 수 있다.
어른의 '콘텐츠'를 갖추지 못한 어른들을 배려하는, 저 방송사의 강의교실이야 나무랄데 없이 기특한 일이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표현에는, 부실한 어른에 대한 공개적인 견적이 숨어있는 게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모양만 어른이지, 속은 전혀 어른이 되지 못한, 성장정지의 피터팬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세상에 대한 절묘한 풍자의 냄새도 있다.
그저 무슨 일이든 해서 돈을 벌어와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서의 어른 노릇, 윗사람으로서의 어른 노릇, 이웃에 대한 어른 노릇, 세상에 대한 어른 노릇, 그 모든 게 다 결여되어가고 있는 요즘에, 어른 콘텐츠가 과연 역사 지식이나 맥락 몇 개 더 알고 고사성어나 리더십 교본 따위를 습득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다 어른이 된 존재로,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내면의 빈 곳들을 훔쳐보며, 뭐가 어른의 표지인지도 뭐가 중한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나이의 빈 간만 서둘러 채워가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기묘한 제목 하나의 심문.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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