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의 눈물] 얼룩진 '코피노' 루터의 수술
3개월 간 수술 미뤄지다 끝내 무산…결혼 이주 필리핀 여성 등 후원으로 마침내 수술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한국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되면서 3개월 간 고통을 참았던 루터(6)가 한국인들과 결혼 이주 필리핀 여성들의 후원으로 마침내 수술을 받았다. 루터의 상태는 호전되고 있으며 3일 루터의 어머니 아미루터 안시로(Aumyruthe Anciro)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루터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 아동이다. 필리핀 마닐라 남부 실랑시에 거주하는 안시로는 필리핀 일류대학 출신으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던 시절 남편을 만나 아이를 가졌다. 그러나 남편은 이 사실을 알고 한국으로 가버렸고 연락을 끊었다. 안시로는 영어 강사에서 콜센터 직원으로 이직하며 아이를 혼자 기를 생각이었지만 아이의 병세가 심각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루터는 G6PD 결핍증(적혈구 효소 결핍으로 인한 빈혈)을 갖고 있었는데 지난해 치아 종양까지 발견된 상태였다. G6PD 결핍증은 콩을 먹으면 빈혈이 심해지고 혈액암도 유발할 수 있어 특수 분유를 먹어야 하는 난치병이다. 치아 종양으로 인해 루터의 볼은 부풀어 올랐고 루터는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특수 분유를 사다 먹여야 하는데다 치아 종양으로 병원비만 한달에 50여만원이 들었다. 월급이 75만원 정도였던 안시로는 홀로 감당하기 힘들어졌고 2014년 남편을 상대로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년 후 1000만원 정도를 받았다.
그러나 루터의 치아 종양은 갈수록 악화돼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뇌와 심장으로 번져 생명의 위독해 질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때 건설업을 한다고 밝힌 이모씨가 청주 지역 모 병원과 협의해 무료 수술과 체재비 등을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치아 종양은 필리핀에서도 수술이 가능하지만 루터의 보호자 측은 루터의 G6PD 결핍증 때문에 더 좋은 환경이 갖춰진 한국에서 수술을 받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씨는 본인의 건강 등을 이유로 계속 약속을 미뤘고 결국 병원과의 협의는 없었고 개인적인 친분에 의해 의사에게 수술을 권유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몸이 아파 잠시 아이를 도우지 못한 것으로 회복되면 루터를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줄 것"이라며 해명했다.
이러한 사연을 들은 한국에서는 600여만원이 넘는 돈이 후원금으로 모였다. 이 중에선 결혼 이주 필리핀 여성이 보낸 돈도 포함돼 있었다. 루터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수술을 받았고 현재 통원치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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