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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레닌그라드카우보이, 김무스 &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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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록음악 마니아처럼 보인다. 그가 선거 운동에 사용하는 록음악을 살펴보면 매우 화려하기 때문이다. 롤링스톤스, 닐 영, 에어로스미스, R.E.M, 아델 등 주로 백인 뮤지션의 음악을 사용한다. 문제는 이 록스타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선거 운동에 이용하지 말라고 요구하는데도 트럼프는 줄기차게 선곡을 바꿔가며 분위기 띄우기에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록음악 사랑(?)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하이라이트를 이뤘다. 인공 스모가 한껏 분위기를 잡고 트럼프의 실루엣이 벽에 비춰진다. 지지자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순간 그가 연단에 오른다.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닫고 그룹 퀸의 '우리는 챔피온(We are the champions)'이 울려 퍼진다. 미국 언론은 이 같은 분위기를 록스타의 등장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트럼프는 인종주의자,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인물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 곡의 주인공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는 동성애자(혹은 양성애자)이며 에이즈로 사망했다. 그런 그의 노래를 트럼프가 선거를 위해 이용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다. (2007년 대한민국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넌 내게 반했어'를 로고송으로 사용한 게 오버랩 되는 순간이다.) 꼭 퀸의 음악 뿐 아니라 그가 선거운동을 위해 단골 메뉴로 록음악 선택하는 것을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록음악이 어떤 음악인가. 리듬 앤 블루스라는 흑인 음악을 모태로 비주류에서 발원하여 주류문화를 장악한 문화적 혁명의 상징 아닌가.
 트럼프는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이곡 저곡 마구 가져다 쓸 것이 아니라 좀 더 심사숙고 하는게 좋을 것 같다. 대한민국 선거 로고송의 역사를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년을 거슬러 올라간 1996년 대한민국 총선. 신한국당이 박미경의 '넌 그렇게 살지 마'로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정계은퇴 번복을 꼬집자 국민회의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노가바' 했다. '난 알아요, YS 비자금을'. 1997년에는 디제이 디오씨의 노래를 개사해 '디오씨와 춤을'을 로고송으로 채택한 DJ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0년 총선에는 이정현의 '바꿔'가 선거판을 진짜 바꿨다. 2002년 눈물을 흘리며 '상록수'를 부른 노무현은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후에는 '오! 필승 코리아'가 대세를 이뤘고 2007년부터는 선거 로고송의 제왕 박현빈이 등장했다. 박현빈은 이명박 후보에게는 '오빠만 믿어' 정동영 후보에게는 '빠라빠빠' 권영길 후보에게는 '곤드레 만드레'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명민함을 보였다. 이후 박현빈은 총선과 대선에서 섭외 1순위의 귀하신 몸이 되었다. 2012년 대선. 박근혜 후보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주제곡으로 선택하려 했다. 문재인 후보도 마찬가지. 난처해진 싸이가 모두 거절 하자 박 후보는 포미닛의 '핫 이슈'를 선택해 오늘에 이르렀다.
 자, 이제 트럼프에게 어울리는 뮤지션을 골라보자. 부와 명성에 집착한 팝음악의 정치가 프랭크 시나트라, 제도권의 제도권에 의한 제도권을 위한 그룹 몽키즈, 시대의 감각에 철저하게 영합한 카멜레온 린다 론스태드, 백인 중산층 10대 자녀를 겨냥해 만들어진 뉴 키즈 온 더 블록 등이다.

 나는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지고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나는 단지 좀 신기할 따름이다. 인종주의자,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경쟁자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이런 사실 만으로 충분히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민주주의는 모든 종류의 의견을 포용하니까 말이다. 뭐, 그렇다고 민주당 후보 힐러리가 훨씬 더 훌륭하다는 뜻은 아니다.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선거라는 것이 어차피 차선 또는 차악을 선택하는 시스템 아닌가.
 P.S 혹시 영화 '레닌그라드카우보이 미국에 가다'를 보셨는지. 김무스라는 영화배우 겸 가수를 기억하시는지. 잘 모르신다면 한 번 검색해보시기 바란다. 트럼프 헤어스타일의 원조를 볼 수 있다. 임훈구 편집부장 keyg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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