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사는(win hearts and minds)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됐으나, 우리 정부 내 공공외교 개념이 자리 잡은 것은 최근 수년간의 일이다. 올해 외교부 공공외교대사가 임명되고 142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지난 2월 제정된 ‘공공외교법’이 4일 발효되고, 지난달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공공외교소위원회가 신설돼 공공외교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예산과 인력이 공공외교의 성공적 수행을 전적으로 담보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외교부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의 뒷받침이 긴요하다. 일본의 경우, 외무성의 공공외교 예산은 2014년 199억엔(약 1791억원)에서 2016년 541억엔(약 61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런던, LA, 상파울로 등 3개 도시에 ‘재팬 하우스’를 건립하기 위한 예산이 포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팬하우스는 일본에 관한 모든 것을 한 곳에서 보여준다는 취지로서 2017년 우선 3개 도시에서 개관한 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아베 정부의 방향을 해외에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일본 언론보도에 의하면 일본 정부는 당초 한국, 중국과 관련된 역사인식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한다는 의도도 있었으나, 지나친 홍보의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여 영토, 역사관련 홍보활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공공외교는 역사문제나 영토문제를 둘러싸고 이해층 확보를 위한 경쟁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일본의 거액 공공외교를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문화민족으로서 이어 받은 한글과 같은 전통문화 자산,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국가로서의 지적 자산, 온 국민의 열정과 끼로 창출된 에너지의 결정체인 한류와 같은 현대문화 자산을 토대로 문화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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