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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주영섭 중기청장…현장 출신 관료가 말하는 '위기 속 기회론'

최종수정 2016.07.25 12:50 기사입력 2016.07.2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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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모든 산업은 발전하기 때문에 한계기업은 있어도 한계산업은 없다"며 '올 오아 낫씽'식의 구조조정을 경계했다. 주 청장은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모든 산업은 발전하기 때문에 한계기업은 있어도 한계산업은 없다"며 '올 오아 낫씽'식의 구조조정을 경계했다. 주 청장은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구조조정에 흔들리는 中企, R&D로 세계화 새판 짜자"
"모든 산업은 발전, 한계기업은 있어도 한계산업은 없어"
글로벌화 신산업 발굴로 위기 탈출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조선 '빅3'가 호황일 때는 해외로 나가자고 해도 (기업들이) 안 나갔지만 지금은 조선기자재 업체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위기일 때 R&D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산업 재편을 통해 판을 다시 짜야 합니다. 전체 판을 보며 조선산업의 미래를 설계해야합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다소 진부하게 들렸지만 30년 동안 산업현장을 누벼온 기업인, 엔지니어 출신 관료의 얘기는 그 무게가 달랐다.

중기청장으로 조선업의 구조조정을 보면서 그가 걱정하는 건 조선기자재 업체였다.
주 청장은 "기자재 회사가 1500개 정도이고, 철구조물 회사부터 통신ㆍ항해장비 등 고난도 제어장비 등 아직은 한국이 수입을 해야 하는 것도 있다"며 "인력감축 등의 구조조정의 잣대로만 업계를 바라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어렵다고 해서 한계산업으로 낙인 찍어 정리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는 "경쟁력 있는 조선기자재 업체들과 지금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주 청장은 은행장들과 직접 만나는 등 금융권에 여러 차례 읍소했다. 그는 "개별 기업들의 상태가 다 나쁘지는 않은데 관련한 모든 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회수 대상이 되면 건강한 회사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조선산업을 한 카테고리로 보고, 모두에게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은행장들에게도) 거듭 말씀드리고 있다"고도 했다.
주 청장은 올해 초 취임 이후 6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중소ㆍ중견기업, 소상공인, 전통시장 등 120여곳을 방문하거나 간담회를 통해 만났다. 하루 한 번꼴이다. 그중에서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45곳이나 들렀다.

중소기업계가 최대 현안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대기업기준 상향과 중기적합업종 법제화 등을 얘기할 때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오죽하면 '청장 직(職)을 걸겠다'는 하지 말아야 할 얘기까지 했겠냐"고도 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주 청장은 어제도 잠을 2시간밖에 자지 못했다고 했다. 취임 초기보다 체중은 5㎏이나 불어 있었다. 그에게 한국의 중기산업에 대해 들어봤다.

-조선업 등 구조조정 문제로 중소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중소 협력업체들을 살릴 방법은.

▲조선산업 전체가 하나의 성격을 갖고 있지는 않다. 대형 조선업체부터 중형, 소형 등 전부 사이클이 다 다르다. 대형조선소도 탱크나 컨테이너 중심이냐에 따라 다르다. 일률적으로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이라거나 한계산업이라고 보면 안 된다.

예를 들어 기존 배를 개조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신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을 강화하는 등 상황이 바뀌고 있으니 IMO의 새로운 규제에 따라 새로운 사업을 찾자는 거다. 항공을 예로 들면 우리가 에어버스나 보잉과 경쟁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내부수요가 충분한 중국과 경쟁할 수도 없다. 모든 산업은 발전하기 때문에 한계기업은 있어도 한계산업은 없다. 지금은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ㆍ전부 아니면 전무)'이다. 그렇게 보면 할 게 하나도 없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쉽게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우수한 조선 엔지니어들을 창업시켜 특화된 기술전문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경제보다 앞선 게 국가안보이고, 국민이다. 북한이 핵실험하고 미사일 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열어놓는 것은 코미디일 수 있다. 수요일(2월10일) 개성공단 가동중단이 발표되자마자 전담반을 꾸려서 그 주 토요일까지 입주기업 대표들을 모두 만났다.

수출하는 기업들에는 중기청에서 바이어 서신도 써드렸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아 일시적으로 회사가 어려워졌지만 정부가 지원해 경영정상화를 도울테니 안심하고 거래하라는 내용이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123개 기업 중 105개 기업은 이미 경영정상화 플랜을 짜서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105개 중 반 정도는 이미 정상화가 완료됐고, 나머지 기업들은 계획대로 정상화를 진행 중이다.

18개 기업들은 아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정상화 플랜을 결정짓지 못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업력이 오래된 곳이 많아서인지 이런 상황이 생겼다고 해서 사업을 그만둔다는 기업은 없었다.

경영정상화와 피해지원, 투 트랙으로 가자고 했다. 피해지원만을 기다리다가 그사이 잘못되면 다 죽기 때문에 선(先)정상화를 얘기한 것이다. 기업을 방문해 캐시플로(Cash flow)까지 함께 논의했다.

중견기업들도 많이 도와줬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이 대표적이다. 형지는 다른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원부재 24억원어치를 임가공용으로 맡겼다. 줄 돈은 16억원. 줄 돈은 미리주고 받을 돈은 나중에 받으면 어떻겠냐고 요청했더니 최 회장이 흔쾌히 수용했다. 정말 고마웠다.

-생계형 업종만이라도 적합업종 법제화를 해서 최소한 생존권을 보존해 줘야 한다고 얘기한다.

▲산을 오를 때 직벽으로 오르면 빠르다. 그게 바로 법제화다. 하지만 직벽으로 오르다가 잘못돼서 굴러떨어지면 어떻게 할 건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에서는 한국에 진출한 자국의 기업들도 내국기업 대우를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적합업종 문제는 민간의 영역인데 정부가 뒤에서 조정하고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법제화는 무역분쟁을 불러올 여지가 있다.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이나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무역분쟁의 여지가 100% 없는 게 아니다. 법률학자들마다 의견이 갈린다. 위험이 있는 한 어렵다고 중기중앙회에 얘기했다. 국회의원들에게도 똑같이 설명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중기청의 '부(府) 승격' 문제가 자주 회자된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 부(府)와 청(廳)은 입장이 다르니 협업이 잘될 수 있다. 하지만 경제구조 자체가 중소ㆍ중견기업 위주로 바뀌고 있고, 선진국일수록 중소ㆍ중견기업이 강하다. 일부 대기업이 이끌어 나가는 구조로는 국민소득 4만~5만달러가 되기 어렵다. 선수층은 엷은데 대표선수(대기업)가 비실비실하면 3만달러 이상 뻗어나가기 어렵다.

지금 우리경제를 보면 대기업은 고용창출을 못 하고 있다. 중소ㆍ중견기업에서 신규고용이 나오고, 생산도 65~70% 정도의 부가가치를 차지하고 있다. 간접수출을 제외하고도 중소ㆍ중견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8%까지 높아졌다. 향후 5년 정도 후면 50%까지 갈 것이다.

막중한 상황이다. 변곡점인 시기이고, 중소ㆍ중견기업이 조연에서 이제 주역이 돼야 하는 시기다. 중소ㆍ중견기업의 세계화가 시급하다.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글로벌 기술경쟁력이다. 굉장히 시급하다. 중소ㆍ중견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명제를 세워 모든 부처가 다 매달려야 한다. 기능강화 측면의 지원만 잘 된다고 한다면 청이냐 부냐 하는 건 정무적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주영섭 중기청장은…36년간 산·학·연·관 두루 거쳐

주영섭 중소기업청장(60)은 관가(官家)에서는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올해 초 중기청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36년간 산ㆍ학ㆍ연ㆍ관을 두루 거쳤다.

주 청장은 1980년 대우자동차 중앙연구소 엔진설계팀으로 입사해 대우조선ㆍ대우전자 등 대우그룹에서만 21년을 근무했다. GE 서모메트릭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을 거친 후 본텍과 현대오토넷에서 대표이사를 지냈다.

기업을 떠나 2010년부터는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 주력산업총괄 MD(Managing Director),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 서울대 공대 산학협력추진위원장 등을 거쳤다.

주 청장은 "기업 현장을 경험하고,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미래방향을 제시하는 일, 학생을 길러내는 일, 산학협력추진위원장으로 280여명의 공대 교수들과 공학컨설팅센터를 만들어 중소ㆍ중견기업을 지원하는 구조적인 일을 해 왔다"며 "중기청장은 그 연속적인 차원의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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